글쟁이파록 2017. 8. 29.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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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 드디어 원형경기장 안에 여섯명의 사람이 전부 들어왔다. 엘체의 팀은 엘체가 아닌 레일라와 갈색의 모자에 단발을 한, 머리는 붉은색의 보석, 몸체는 철로 된 지팡이를 들고있는, 귀여워보이는 소녀와 무기는 커녕 몸에 갑옷도 두르지않고 검정색의 바탕에 소매와 등부분에 금실로 용의 무늬가 자수된 천옷을 입고있는 검은머리 장발의 남자가 서있었다.

그에 반해, 반대편에는 힐러처럼 보이는, 사제복을 입은 소년과 로브를 입고 나무로 된 지팡이를 든 소녀, 그리고 아까 전에 자신있게 일어선 노란머리의 청년 '페델'이었다. 그는 손에 얇고 가늘은 모를 가진 창을 들고 등에는 아까 봤었던 두꺼운 창을 메고있었다.

페델은 창을 레일라에게 겨누며 말했다. 

"작년에는 '넬라 베스크'때문에 아쉽게 떨어졌지만, 이번에는 반드시 내가 우승해서 용사가 될꺼야. 그러니까 너희들은 이번에 빠르게 떨어져줬으면 좋겠어."

그의 입가에는 자신감에 가득 찬 미소가 지어져있었다. 하지만, 레일라는 그의 말을 듣고 아무말도 하지않은 채 무표정으로 그의 얼굴만을 노려보고있었다. 노려보는 그의 눈초리에, 페델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너무 노려보는거 아니야? 이런 얘기를 한 번쯤 해줘야 토너먼트라서 장난삼아 말한거니까 표정 좀 풀라고."

그 말이 끝나도 표정을 풀지않는 레일라를 보며 고개를 젓는 페델. 잠시 후, 벨라가 지팡이를 단상의 바닥에 찍었다. 그러자, 빛이 떠오르며 글자를 형성했다. 그 글자는 이번 토너먼트 경기의 참가자 명단이었다.

"자, 그럼 토너먼트를 시작합니다. 이번 토너먼트의 참가자는 엘체 반 헤페리아님의 파티인 전사 '네이블 레일라',마법사 '헬카 스페이시아',격투가 '테네브 레일'. 그리고 상대는 페델 반스타님의 파티인 창수 '페델 반스타',사제 '휘트라 센', 마법사 '에스크 폰 위벨'입니다. 모두 쟁쟁한 참가자이니만큼 폐하께서는 아주 큰 기대를 하고 계시니 폐하께 보여드릴 좋은 결투 부탁드립니다. 그럼 종이 울리면 시작하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잠깐동안의 정적이 흐르고, 이내 맑고 경쾌한 종소리가 건물 안에 울려퍼졌다. 그 순간, 페델의 모습이 사라졌다. 유령처럼 갑자기 사라진 그의 모습에 그 경기를 지켜보는 사람들 전부 경기장을 샅샅이 둘러보았다. 잠시 후, 그가 나타난 곳은 레일라의 뒤에 있던 헬카의 앞이었다. 짧은 시간에 원형경기장의 반대편 끝에 있는 헬카에게 까지 간 페델의 속도를 보고 사람들은 감탄을 하며 환호를 질렀다.

헬카의 얼굴을 본 페델의 얼굴에 미소가 걸렸다. 이 여자만 기절시킨다면 나머지 두 명은 근접 물리계열이라 창으로 인해 공격범위가 길어진 페델에게 유리했고, 뒤에 사제와 마법사가 있기 때문에 상처치료와 버프만 받는다면 나머지는 쉽게 물리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페델의 창이 빠른 속도로 헬카의 배에 가까워졌다. 죽이지만 않으면 괜찮다. 배가 관통되어 전투불능만 만들어낸다면 그의 승리는 다름없었다. 앞으로 1초. 1초가 지나면 헬카는 전투불능의 상태로 빠지게 될 것이었다. 그러나, 배에 가까워진 헬카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미소가 걸렸다. 그 순간 당황하는 페델. 그리고 그녀의 얼굴을 보던 페델의 얼굴 앞에 거대한 손 하나가 그의 움직임보다 빠른속도로 내려왔다. 그의 얼굴보다 거대해보이는 손. 그 손은 창을 밑으로 밀어내며 바닥에 내리꽂혔다. 강한 먼지바람과 함께 '탁'소리를 내며 부러지는 창. 그는 창을 버리고 다시 빠른 속도로 뒤로 빠졌다. 그는 등에서 그가 메고 있던 자주빛의 창을 꺼내들고 모래먼지가 사라지기를 기다렸다. 

얼마 후, 모래먼지가 걷혔다. 그러나, 그 안에는 검은옷을 입고있던 사내가 보이지않았다. 페델은 자신과 비슷한 속도를 낼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놀라며 눈을 쉴 새 없이 굴리며 그들이 어디있는지 찾았다.

그 순간, 페델의 뒤에서 짧은 비명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는 페델. 그의 눈에 보인것은 레일의 손으로 인해 바닥에 쓰러져있는 센의 모습이었다. 센의 옆에 있던 에스크는 자리에 주저앉아 벌벌 떨며 그들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구해달라는 얼굴로 페델을 바라보고있었다.

표정을 일그러뜨리는 페델. 그 순간, 레일의 얼굴에 기분나쁜 미소가 걸리며 에스크를 바라보더니 그녀에게 주먹을 내질렀다. 사제가 쓰러진 지금, 마법사가 전투불능이 되는 것 만큼은 막아야한다는 생각에, 그는 에스크의 앞을 가로막고 창몸으로 그의 주먹을 받아냈다. 묵직한 힘이 느껴지는 레일의 공격을 힘겹게 막아낸 페델은 창을 휘두르며 그를 멀리 떨어뜨리려고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의 생각대로 되지않았다. 페델이 창을 휘두르는 순간, 레일이 사라지고 그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떤가? 절망적인가?"

기분나쁜 웃음소리. 또 다시 그의 뒤에서 짧은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순식간에 당한 페델의 동료들. 페델은 몸을 돌리며 레일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의 눈에는 레일의 얼굴이 아닌 거대한 레일의 주먹이었다.


순식간에 끝난 경기를 보고, 대부분의 사람들의 표정이 급격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몇몇은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레일의 모습을 바라보고있었고, 몇몇의 사람들은 심지어 경기를 포기하려고하는지 자신의 동료들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현식은 조용히 경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어떻게하면 저렇게 빠른속도로 움직일 수 있는지 신기해했다.

옆에 앉아있던 로엔카가 심각한 표정으로 레일을 보며 물었다.

"저 사람들을 이길 수 있을까요?"

현식은 검지로 볼을 긁으며 말했다.

"저도 잘은 모르겠는데, 일단 해봐야 알겠죠."

솔직히 현식의 마음속에는 저 사람들을 이길 자신이 없었다. 저런 괴물들을 평범한 모험가들이 어떻게 이기겠는가? 원래 페델이라는 사람도 분명히 강한 사람이었다. 움직임의 속도가 트레시아보다 훨씬 빨랐고, 전략 자체도 확실히 좋았다. 그러나, 전략만으로는 저 괴물같은 사람들을 이길 수가 없었다. 저런 실력자가 테네브 레일에게 한방에 당했는데, 그들보다 약한 우리가 어떻게 이길 수 있겠는가? 마음같아서는 포기하고 그들이 없는 내년에 다시 오고싶었지만, 내년에도 분명히 저런 강자들은 올 것이었고, 내년까지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현식은 고개를 돌려 트레시아를 바라보았다. 트레시아는 불안함과 당황스러움 그리고 약간의 분노가 섞인 얼굴로 손톱을 깨물며 레일을 바라보고있었다. 트레시아도 분명 알고 있었다. 자신의 실력이 저들의 발끝에도 미치지않는다는 것을.

잠시 후, 성의 시녀들 중 한명이 단상 위로 올라가 의자에 앉아있던 벨라에게 무언가 속삭였다. 그러자, 벨라는 순간 표정을 찡그렸고, 이내 표정을 푼 벨라는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이번 경기는 엘체 반 헤페리아님의 승리로 끝이 났습니다! 이렇게 강하신 분들이 용사가 되어 세상을 구해주실 생각을 하니 인류의 미래가 너무나 밝군요."

벨라는 미소를 짓고 박수를 치며 그들을 축하했다. 그러나, 금방 미소가 걷히며 표정을 찡그리고 말했다.

"하지만, 이 경기를 보고 떠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저는 정말 아쉽게 생각합니다. 자신의 실력도 보이지않고 그저 강하다는 이유로 도망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있다니 말입니다. 이렇게 되면 토너먼트에 많은 차질이 생겨 이 때까지 기다리고 계셨던 많은 분들이 피해를 보게 됩니다. 그래서 마지막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떠나실 분들은 지금 떠나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기회에 떠나시지않으시는 분들은 무조건 참가하시는 것으로 알고 건물을 잠그고 아무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조취할 것이니 떠나실 분들은 지금 바로 떠나주시기 바랍니다."

말이 끝난 순간, 아직 가지않은 많은 사람들이 소란스럽게 떠들기 시작했다. 아마 의논하는 것이리라.

잠깐의 의논 끝에, 몇몇의 파티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다른 파티가 나가자, 그에 편승해서 나가는 파티들이 속출하기 시작했고 남은 그렇게 많은 파티들 중, 남은 파티라고는 고작 10개의 파티 뿐이었다. 벨라는 남은 파티들을 훑어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현식은 남은 파티를 훑어보았다. 그들은 한명한명 매우 강해보였다. 현식은 아무생각없이 엘체를 바라보았다. 엘체는 앉아서 다리를 꼰 채로 미소를 짓고있었다. 당연하다는 듯 눈을 감고있는 엘체. 그녀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않았다.

현식이 엘체를 바라보고있을 때,누군가가 뒤에서 현식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뒤를 돌아보니 카나가 불안한 듯한 얼굴로 현식을 바라보며 물었다.

"우리도 지금 빠져나가야하는거 아니야?"

현식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여기서 포기하면 평생 용사되기는 힘들어요. 내년에도 이런 사람들 나오면 포기할꺼에요? 이길지, 아니면 질지는 싸워봐야 아는거에요. 일단 져도 경험이 쌓이니까 안좋을건 없어요."

카나는 그 말을 듣고 고개는 끄덕였지만, 그래도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잠시 후, 멀리서 엘체가 트레시아를 부르고 비웃으며 말했다.

"트레시아, 도망 안쳐도 되겠어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 가장 약한 파티인 것 같은데?"

트레시아는 그녀의 도발에 무언가 말하려했지만, 현식이 가로막고 엘체에게 말했다

"괜찮으니 당신들이나 걱정하세요. 우리한테 져서 괜히 당신들 동료 욕하면서 때리지말고."

"제가 때리고 욕하는 거 본 적 있어요?"

"저야 모르죠. 그 건 당신과 당신 동료들만 아는거니까."

그 말에 약간 눈썹이 올라간 엘체는 호호거리고 웃으며 말했다.

"나중에 떠나지않은걸 후회하지마세요."

"절대로 그럴일 없으니 걱정마세요."

마지막까지 받아친 현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엘체가 화가 난 표정으로 뭐라 말을 하려할 때, 벨라가 바닥에 지팡이를 찍으며 말했다.

"자, 조용히 해주세요! 이제 완벽히 떠나지 않으실 분들만 남아계신 것 같으니 첫번째 규칙만 조금 바꾸도록 하겠습니다. 10분 제한이었던 경기를 30분으로 늘리겠습니다. 여러분들의 실력을 천천히 느긋한 마음으로 전부 보여주시면 됩니다."

 그녀는 다시 한번 강하게 바닥을 찍었다. 그러자, 빛이 다음참가자의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다음 참가자분들은 '트레시아님의 파티'와 '리온 위스트하트님의 파티'입니다. 앞으로 10분 후에 경기가 진행될 것이니 트레시아님의 파티분들은 전부 원형경기장 서쪽 출입구에, 리온님은 파티에서 4명을 뽑아  동쪽 출입구로 와주시기바랍니다."

트레시아는 침을 삼켰다. 이토록 긴장된 적은 검술학교의 졸업시험 이후로 정말 오랜만이었다. 이번에 진다면 그녀는 용사가 되기위해 몇개월을 더 기다려야했다. 그녀는 절대로 그러고싶지않았다. 몇개월이라는 시간동안 훈련만 하며 보내는 것은 하고싶지않았다.

그녀는 동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자, 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