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ger
숲 속, 모든 새들의 울음소리가 사라지고 주변에는 붉은빛을 내뿜는 가루가 흩날린다. 수많은 사람들의 발소리, 그 사이에서 누군가를 찾는 외침소리가 들리고, 주변을 밝히는 횃불이 반딧불처럼 숲의 사이사이에 보였다.
그것을 보지 못한 사람들이 들었다면 호랑이라고 착각할 정도의 비명이 숲에 울려퍼졌다. 모든 사람들은 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해 횃불을 비췄지만, 울음소리가 다시 한 번 들리자, 그들이 가지고 있던 횃불이 모두 꺼졌다.
패닉에 빠진 사람들, 그 사람들 사이를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한 마리의 생명체, 인간과 같은 그림자를 가진 그 생명체는 살쾡이처럼 빠르게 그들의 뒤로 움직였다.
그것이 다가간 사람들 전부 품고 있는 붉은색의 액체를 밖으로 뿜어내었다. 겁에 질린 사람들은 제대로 보이지 않는 어둠속에서 살기 위해 사방으로 검을 휘둘렀지만, 그들은 그것의 신경만 더 돋우었고,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빨리 죽어나갔다.
그들의 어둠속에서 언제 올지도 모르는 생명체에 대한 공포에 싸우고 있을 때, 한 남자가 하늘을 향해 빛을 뿜었다. 태양처럼 밝은 빛이 숲을 밝혀주었고, 그들은 그 생명체를 보았다.
거의 다 찢어진 넝마를 입고있는 한 명의 소녀, 그 소녀의 눈에는 호랑이와 같은 맹수의 기운이 느껴졌고, 그녀의 머리카락처럼 기다란 손톱에는 사람들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소녀는 하늘에서 빛이 내리쬐자, 표정을 찡그리고 급히 얼굴을 가리며 달아났다. 그러나, 그녀는 도망칠 수 없었다. 그녀의 뒤에는 검을 들고 있는 한 명의 소년이 검을 휘두를 자세를 잡고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빛을 받아 금빛으로 반짝이는 머리카락을 가진, 분노에 가득 찬 표정을 짓고있던 소년은 금방이라도 달려들려는 듯 소녀를 노려보며 검을 꽉 쥐었다.
소녀는 당황한 표정으로 그의 얼굴을 보았다. 절대로 그럴리가 없다는 듯 천천히 뒷걸음질 치고 있는 소녀. 그런 소녀의 마음을 모르는 듯, 소년은 소녀에게 달려들었다.
소녀는 검을 피하고 기다란 손톱으로 그의 심장을 찌르려했다. 하지만, 할 수 없었다. 그는 그녀에게 있어 가장 친절하게 대해준 사람이었기에, 그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배신이라도 당한 듯 그녀를 노려보는 소년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검을 다시 휘둘렀다. 소녀는 재빨리 검을 피했지만, 뒤로 피하던 도중, 그의 검에 스쳐 작은 핏방울을 떨어뜨렸다.
바닥에 떨어진 한 방울의 피는 풀을 붉게 물들였다. 소녀는 마음을 잡고 그를 향해 손을 내질렀다. 바람을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가 그의 귀에 스쳐 옆으로 지나갔다. 소년은 한 발 늦게 옆으로 피한 후에 그녀에게 달려가 검을 내리쳤다.
검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고, 그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사라진 소녀를 찾아보았다. 설마하는 마음에 고개를 들어올린 그 순간, 그의 푸른빛의 동공에 소녀의 손톱이 파고들어갔다.
고통에 비명치는 그와 표정을 찡그리고 울먹거리는 소녀.
잠시 후, 소년의 발버둥이 끝나고, 소녀는 천천히 손톱을 빼내었다. 기다란 손톱에는 소년의 푸른빛 눈알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소녀는 소년의 눈알을 손톱에서 빼내고 다시 안으로 넣어주었다.
자리에 주저앉은 그녀는 다신 인간을 믿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자신에게 잘해준 사람조차 자신을 보며 경멸스러운 표정을 짓고, 검을 겨누는 인간들에게 질려버린 소녀는 날카로운 송곳니를 들어내며 뒤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을 향해 뛰어들었다.
잠시 후, 숲속에서 들리던 비명소리는 이내 잠잠해지고, 하늘에 비쳤던 밝은 빛은 이내 사그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