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집 안에서 풍겨오는 역한 냄새와 하릴없이 공중을 떠다니는 많은 먼지들. 깊은 산 중턱에 자리잡고있어 아무도 오지않았던 이 집에 몇 년만에 처음으로 문이 끼이익거리며 열렸다. 바닥에 쌓여있던 먼지가 문의 끝에 걸려 흩날렸고, 집으로 들어온 사람은 기침을 하며 자신의 얼굴 앞을 손으로 흔들며 먼지를 날렸다.
진한 검은머리에 힘이 가득한 눈을 한 남자. 오랜 시간동안 씻지 못했는지 붉은색으로 염색된 가죽옷에는 많은 흙먼지들이 묻어있었고 검은색의 가죽바지의 무릎부분은 찢어져 너덜거렸다.
남자는 그리운 듯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치 오래 전에 이 곳에서 살았던 것처럼, 그는 이미 시간이 오래되어 삭아버린 식탁 위의 먼지를 조금 털어내고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그는 더이상 참을 수 없는지 꽉 닫혀있던 창문을 열었다. 그러자, 창문의 주변에 있던 먼지들이 바람에 날려 흩어졌다.
관리하는 사람이 없는 집 안은 이 것이 정말로 집이 맞냐는 의문이 들 정도로 낡아있었다. 구석구석에는 그가 오기 전에 살았었던 거미들의 줄이 걸려있었고, 바닥에는 쥐의 똥으로 보이는 작고 검은 원형물체가 있었다. 탁자 뿐만 아니라 집 안에 있는 모든 물건들이 전부 낡아있었다.
남자는 천천히 걸어가 옷 서랍의 위에 있는 그림액자를 들었다. 먼지가 가득 쌓여있어 보이지않은 그림액자를 손으로 문질렀다. 그러자 보이는 노부부의 웃는 모습. 남자의 눈이 조금씩 붉게 물들었다. 액자 안에 있던 그림을 자신의 옷 안에 넣은 남자는 조심스레 방 안으로 들어갔다.
먼지가 가득 낀 창문에서 빛이 들어오지않아 완전히 암흑인 방 안. 그는 약간의 빛이 들어오는 곳이 창문이라는 것을 깨닫고 다가가 창문에 낀 먼지를 손으로 걷어내었다. 그러자, 빛이 방 안을 가득 매웠다. 삐걱거리는 낡은 창문을 열고, 천천히 몸을 뒤로 돌린 남자. 그리고 그는 깜짝 놀라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어서 흘러내리는 눈물.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로 다가갔다. 침대의 위에는 이미 완전히 썩어 문드러진 한 구의 시체가 있었다. 그 시체는 그가 예전에 자주 보았던 흰색의 코르셋을 입고있었다.
그는 고개를 떨구고 숨죽여 울었다. 눈에서 떨어지는 눈물이 바닥에 있던 먼지에 떨어졌다. 그는 굳어버린 시체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손에 있던 가죽이 갈라지며 가루가 되어버렸다. 한동안 가만히 시체를 바라보던 남자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잠시 후, 밖에서 시계종소리가 들려왔다. 집과는 다르게 댕댕거리며 힘차게 우는 시계종. 그는 천천히 시계가 우는 방향을 향해 걸어갔다.
거실에서 울리는 커다란 시계종소리. 그 시계는 방의 바로 앞에서 소리를 지르며 흔들리고있었다. 몇 년이나 지난 지금까지 한 번도 쉬지않고 매일 같은 시간마다 소리를 내던 시계. 그는 시체가 이 종소리를 듣고 다시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 것은 현실에서는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이야기였기에, 그는 시체로 돌아가 그 것을 업고 밖으로 나왔다.
걸을때마다 떨어지는 말라버린 시체의 가죽에서 나오는 가루들. 그는 멍하니 집 밖으로 나가 뒷마당으로 향했다.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빛들을 바라보며 추억을 되새기던 남자. 얼마 후, 그가 도착한 곳은 뒷마당에서 가장 밝은 빛이 들어오고있는 자리였다.
그는 맨손으로 흙을 팠다. 손이 아프고, 손톱이 빠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는 그 시체에게 안식을 주고싶었다. 낡은 집에서 혼자 고통스럽게 죽어가던 그의 모습이 눈 앞에 아른거렸다. 아무것도 해주지못했던 자신이 너무나 싫었다.
시체를 넣을 일정한 깊이가 되자, 그는 흙에서 손을 떼었다. 그러자, 흙을 파다 돌에 걸려 부러진 그의 손톱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그는 조심스레 시체를 들어올려 구멍에 넣었다. 딱 알맞은 크기의 구멍. 그의 눈에 그쳤던 눈믈이 다시 흘러내렸다. 눈물과 함께 묻혀가는 한 구의 시체. 이 때까지 해준 것 없이 보냈다는 것이 그에게는 너무나 큰 상처가 되어있었다. 예전으로 돌아가 시체가 되어버린 남자에게 잘해주고싶었지만, 시간을 돌릴 수 있는 마법같은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않았다.
시체는 완전히 묻혀 보이지않았다. 그는 주변에 있는 기다란 나뭇가지를 잘라 무덤의 위에 꽂았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에 밝게 핀 흰색의 꽃 몇 송이를 꺾어 무덤의 위에 올려놓았다. 양 손을 모아 기도하는 남자. 피가 나 고통스러운 것도 느껴지지않았다. 그가 오로지 편하게 잠들 수 있기를 바라며, 그는 오랜 시간 무릎을 꿇고 앉아 기도를 올렸다. 신께서 반드시 이 분을 행복한 곳으로 안내할 것이라는 강한 믿음과 부탁을 드리며, 눈을 뜬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뒤로 돌아 걸어갔다.
바람불어 흔들리는 나무의 사이로 흘러내리는 강렬한 빛이 무덤의 꽃을 밝게 물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