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쟁이파록 2017. 7. 21.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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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고등학교 2학년이 된 김환은 학교가 끝나자마자 하교 길에 올라섰다. 딱히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없어서 언제나처럼 혼자였다.

? 저기에 저런 가게가 있던가?”

집으로 향하는 길옆으로 낡은 건물이 눈에 띄었다. 분명히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보지 못했던 건물이었다.

원래는 공터였을 텐데.”

김환이 어릴 적에 혼자서 자주 놀았던 공터이기에 누구보다 잘 기억할 수 있었다. 그래서 공터 위에 지어진 건물 앞으로 다가가 보았다.

지각할 뻔해서 못 봤던 건가? 아닌지. 어제도 못 봤던 것 같은데.”

긴가민가하던 김환은 고개를 들어 간판부터 확인했다.

게임 샵이네.”

간판은 금방이라도 꺼질 듯이 깜박거렸다. 반면에 유리창너머의 가게 안은 의외로 깔끔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평소에 혼자 놀기를 좋아했던 김환은 게임이라면 환장을 했었다. 혼자인 만큼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유일한 놀이기 때문이었다.

호기심이 생긴 김환은 조심스럽게 가게 문을 열어보았다.

딸랑-!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김환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누구 있어요?”

계산대 앞이나 진열장 사이에는 아무도 없었다.

화장실이라도 간 건가?”

유리진열장에 고가의 게임들이 잔뜩 보였다. 김환은 사장이 그런 걸 두고 자리를 비웠다면 화장실이지 않을까 싶었다.

구경하고 있으면 나오겠지.”

게임진열장에는 최근에 발매된 게임부터 고전게임까지 다양하게 있었다. 다만 게임을 좋아하는 김환의 손에 한 번씩 거친 것들이었다.

그러던 중에 해보지 못한 게임들도 몇 가지가 보였다.

이런 게임도 있었네.”

김환은 신기함에 케이스의 그림과 설명을 보는데 정신이 팔렸다.

게임을 정말 좋아하시나보군요.”

허억-!”

갑자기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김환은 깜짝 놀랐다.

한 사내가 짙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쳐다보고 있었다.

아하하, 이거 제가 놀라게 해드렸나 보네요.”

검은 긴 생머리를 뒤로 묶고 작은 둥근 안경을 낀 사내였다.

옷은 중세 시대의 집사들이나 입을 법한 코트에 정장 바지를 입고 있어 언뜻 보면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의 행동이 재미있었는지, 그의 입에는 미소가 걸려있었다.

누구세요?”

남자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말했다.

제가 바로 이 게임 가게의 주인인 로크입니다.”

, 안녕하세요. 저는 김환입니다.”

갑작스러운 인사에, 환은 당황하며 인사했다.

고개를 들어 올린 로크는 환이 들고 있는 게임을 힐끗 보며 물었다.

다른 게임들도 많은데, 그 게임들을 하시려구요?”

, 이 게임들이 한 번도 안 해본 게임이거든요.”

게임을 많이 하셨나보네요.”

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부분의 게임들은 전부 해봤어요. 그런데 이 게임들은 처음보는 거라서 한 번 해보려구요.”

로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무언가 떠오른 것인지, 로크는 가게의 끝에 있는 방으로 달려가더니 이내 다시 환에게 돌아와 게임케이스를 하나 건네주었다.

이걸 한 번 해보시는게 어때요?”

에르...카나?”

게임의 케이스에는 에르카나라는 이름만 써져있을 뿐, 일러스트는 그려져 있지 않았다. 로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손에 들고 계신 다른 게임들보다 이 게임이 훨씬 재미있을 겁니다. 한 번 해보세요.”

이게 무슨 내용의 게임인데요?”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고 이름만 써져있는 게임. 환은 그 게임에 호기심이 생겼다.

그걸 알려드리면 게임이 재미가 없죠. 일단 집에 가서 한 번 해보세요.”

잠깐 고민하던 환은 게임가게 주인이 설마 거짓말을 하겠나 싶어 그의 말을 믿고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다른 게임들을 다시 자리에 꽂아놓고 카운터로 다가가 계산하려했다. 그러나, 로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보시다시피, 이 게임은 표지가 없어 팔리지도 않았고 처분하려고 놓아두었던 게임이라, 그냥 무료로 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환은 기뻐하며 물었다.

정말요?”

. 이 게임 하시고 나서 다음에 다시 저희 게임 가게를 방문해주신다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환은 고개를 강하게 끄덕였다.

 

***

 

집에 돌아온 환은 곧바로 컴퓨터를 켜고 케이스를 뜯었다. 안에 있던 CD를 보았다.

역시나 CD에도 그림은 일체 그려져 있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게임일까.”

로크가 공짜로 준 것이 조금 마음에 걸렸지만, 공짜라고 하면 어차피 재미없으면 버려도 손해는 없었다.

김환은 컴퓨터가 부팅되자 바로 CD를 넣었다.

그러자 컴퓨터 화면에 떠오르는 설치창. 게임의 컨셉인 것일까. 설치창 역시 설치버튼만 있었을 뿐, 다른 부가설명 같은 것은 써 있지 않았다.

환은 설치버튼을 누르고 잠깐 기다렸다.

용량이 얼마 되지 않는 것인지 설치바의 퍼센트는 빠르게 차올랐고, 얼마가지 않아 설치가 끝났다.

설치가 끝나는 순간 갑자기 검은색의 화면으로 바뀌는 모니터. 당황하며 마우스를 움직여 몇 번이나 마우스의 클릭버튼을 눌렀지만, 검은색화면은 돌아올 생각을 하지않았다.

젠장!”

그는 책상을 내리쳤다. 역시 그 사람의 말을 믿었으면 안됐는데 하고 후회했지만, 컴퓨터는 이미 버그에 걸린 듯 아무런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았다. 결국 그는 컴퓨터를 강제종료하고 다시 켜보자는 생각에 본체의 전원버튼을 꾹 눌렀다.

그 순간, 검은색의 모니터 안에서 손이 튀어나왔다.

환은 깜짝 놀라며 손을 피하려했지만, 빠른 속도로 갑자기 날아오는 손을 피할 반사신경은 환에게는 없었기에 그대로 팔뚝을 붙잡혀 모니터의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의 눈에 보인 것은 검은색 배경의 공허한 공간이었다.

그는 아무래도 이 곳에 기절해 있었던 것 같았고 당황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며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그의 눈 앞에 흰색 빛과 함께 팔로 몸을 감싼 여자 한 명이 솟아올랐다.

흰색이 가미된 레몬빛 머리에 아름다운 여성. 옷은 흰색의 천으로 이루어진 드레스를 입고있었고, 목에는 타오르는 불처럼 새빨간 루비가 박힌 금색 목걸이를 차고 있었다.

눈을 감고있던 여성은 발까지 전부 솟아오르자 천천히 눈을 뜨고 환을 바라보았다.

초점 없이 공허한 공간을 바라보는 듯한 그녀의 노란눈을 보고, 환은 작은 공포심이 들었다.

그녀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로크가 보낸 사람이 당신인가요?”

도대체 이 여자가 로크를 어떻게 아는 것일까. 환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반응에 그녀는 양 팔을 앞으로 쭉 뻗었다. 그러자 검은색의 공허한 공간이었던 곳이 강한 빛과 함께 밝아지며 걷히기 시작했다. 그가 앉아있던 공간. 그 곳은 대륙으로 보이는 어딘가의 높은 공중이었다.

어서오세요, 용사님. 저는 당신을 안내해 줄 창조의 신 네레아’.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멍하니 대륙을 바라보는 환. 그는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거야?”

그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러자, 네레아가 그 말을 들은 것인지 한층 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혼잣말에 대답했다.

당신은 이제부터 이 세계를 멸망시키려하는 마왕을 물리치고 세계를 구해야합니다.”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네레아를 바라보는 환.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고개를 젓고 말했다.

그게 무슨소리에요? 나는 아직 18살의 고등학생이라고요. 고등학생이 무슨 세계를 구해요?”

그 말에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요, 당신만이 이 세계를 구할 수 있습니다. 이 세계는 이계에서 온 당신의 힘을 꼭 필요로 해요.”

그게 무슨.....”

내려가시기 전에, 제가 당신께 한 가지 선물을 드리도록 할께요.”

그녀는 환이 말을 하기도 전에 끊어버리더니 손 위에서 빛을 점점 모으기 시작했다. 그녀가 정말로 모으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빛은 조금씩 무언가의 형태를 띠기 시작했고, 그 형태는 얼마 가지않아 환도 알고있는 형태가 되었다.

.....?”

바스타드 소드와 비슷한 크기의 검.

그 검의 검신에는 알 수 없는 문자가 새겨져있었고, 문자에서는 푸른색으로 약하게 빛나고 있었다.

손잡이 부분은 그렇게 특별한 것은 없었지만, 크로스가드(CrossGuard)부분이 없었다.

네레아는 생성된 검을 가지고 환에게 다가와 직접 건네주었다. 그러더니, 다시 눈을 감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검으로 반드시 마왕을 쓰러뜨려주세요. 그럼, 행운을 빕니다.”

....잠깐!”

그녀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공중으로 떠오르더니 그에게 손을 흔들었다.

저게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던 환은 상황이 터지고서야 그녀가 손을 흔드는 이유를 알았다.

그녀가 손을 흔드는 것을 멈추는 순간, 갑자기 그가 밟고있던 투명한 바닥이 사라지더니 몸이 아래, 대륙을 향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는 멀어지는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상황을 파악하고 그녀를 보며 소리쳤다.

이런 젠자아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