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쟁이파록 2017. 8. 21.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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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현식을 흔들며 깨웠다. 기지개를 켜고 눈을 떠 바라보니, 로엔카가 웃으며 상체를 숙여 바라보고있었다. 그리고 현식이 일어난 것을 확인하더니 다시 상체를 일으켜 마차의 밖으로 나가며 말했다.

"다 왔어요."

마차의 안을 둘러보니 마법사를 제외한 두 명은 이미 나간 듯 그들이 앉아있던 곳은 텅 비어있었다. 현식은 하품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마차 밖으로 걸어나갔다.

마차가 도착한 곳은 산골에 있는 정말로 작은 마을이었다. 있는 것이라고는 몇 채밖에 되지않는 작은 오두막들과 그와는 대조되는 커다란 오두막 한 채, 그리고 대장간 하나와 잡화점 하나 뿐이었다.

현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던 마부는 그가 나오자 안에 타고있었던 사람들을 불러모아 말했다.

"여기는 잠깐 들른 마을입니다. 오늘 하루는 여기서 묵고 내일 6시, 바로 출발할 예정이니 내일 5시 30분까지는 이 곳으로 오셔야됩니다."

현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부터는 자유시간. 일단 현식은 마을의 주변을 돌아다녔다. 이런 작은 마을을 보니 새삼 카닐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었다. 아직 10분도 채 걷지않았는데, 벌써 마을의 끝이 보였다. 현식의 걸음보폭이 그렇게  큰 것도 아니였다. 정말로 이 마을에는 건물 뿐만 아니라 사람까지 적었다.

일단은 여관을 찾아야했다. 돈을 아끼기 위해 마차에서 자는 것도 괜찮지만, 군대에서 야외취침을 할 때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숲은 밤이 되면 꽤 추워진다. 그래서 그는 따뜻한 이불을 덮고 피로를 풀고싶었다.

마차가 있는 곳으로 돌아온 현식이 다시 반대쪽으로 가려고하자, 마차에서 꽤나 멀리 떨어진 곳에서 다른 동료들과 함께 있는 로엔카가 나를 발견하더니 손을 높게 들어올려 이쪽으로 오라는 손짓을 보였다. 갈까 말까 망설이는 현식. 어차피 내일 밤이면 헤어질 사람들이었지만, 가는 동안이라도 재미있게 가기 위해서는 어울리는 것이 좋았기에 현식은 뒷머리를 매만지며 그들을 향해 걸어갔다.

로엔카는 현식에게 물었다.

"지금 어디가세요?"

"여관 찾고있어요."

"여관이요?"

"네, 오늘 하루는 여관에서 자려구요."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현식을 바라보는 로엔카, 로엔카 뿐만 아니라 옆에 있던 두 사람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내 로엔카는 눈물을 흘리는 연기를 하며 말했다.

"흑흑.... 저희는 돈이 없어서 야외취침을 하게 생겼는데.... 역시 돈 많은 사람들은 부러워요....."

걸렸다. 아주 지독한 사람들에게 제대로 걸렸다. 솔직히 첫 대면에서는 현식에게 인식된 이미지가 꽤 좋았다. 이야기도 많이 하고, 일단은 자신을 구해준 사람들이기 때문에 현식의 머리에 박힌 인상이 좋았었는데, 이 한 마디로 쌓였었던 인식이 전부 무너졌다. 

로엔카가 한 말. 그 것은 자신들에게 불쌍함을 느끼게 하면서 상대가 자신들에게 호의를 베풀게끔 만드는 수작이었다. 현식도 초등학생 때 몇 번 당해본 적이 있었다. 문구점의 분식집에서 컵에 담아주는 떡볶이를 먹을 때, 친구가 다가와 한 치의 거짓말도 없이 로엔카와 똑깥은 말을 했다. 그래서 현식이 초등학생들에게는 거금인 500원으로 친구에게 떡볶이를 사줬다. 밝게 웃으며 현식의 호의를 받아들인 친구는 컵에 담긴 떡볶이를 다 먹고나서도 배가 고팠는지 자신의 주머니에 있던 500원을 꺼내 또 다시 떡볶이를 사먹었다.

돈이 있으면서도 남의 등을 쳐먹으려는 수법. 더이상 현식은 걸리지않겠다는 다짐을 했지만, 그들이 현식을 구해주었기때문에 그들이 간접적으로 부탁하는 것을 거절하기는 힘들었다. 결국, 현식은 한숨을 쉬며 그들에게 물었다.

"제가 내드릴테니 같이 가시죠."

"와, 정말요?!"

현식의 말에 신나하며 펄쩍 뛰는 에스카나. 로엔카는 고개를 숙여 인사했고, 트레시아는 깜짝 놀랐지만 최대한 티는 내지않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중얼거렸다.

"우리들이 구해줬는데, 이정도 해주는 것은 당연한거지....."

현식은 어색하게 웃으며 볼을 긁었다. 잠시 후, 로엔카가 앞으로 걸어가며 그에게 말했다.

"제가 여관으로 안내할께요."


여관으로 걸어가는 내내 현식은 옆에서 걸어가는 트레시아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왠지 모르게 그녀의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있었고, 표정은 생일선물을 기대하는 어린아이의 표정이었다. 도대체 여관에서 자는 것이 뭐가 그렇게 기쁜 것일까.

현식은 로엔카에게 다가가 물었다.

"평소에 여관에서 못자요?"

로엔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들이 돈을 잘 못벌어서 요즘 밖에서 잤거든요."

"밖에서 주무신지 얼마나 되셨는데요?"

로엔카는 손가락을 세며 날을 생각하더니, 웃으며 말했다.

"한 1 년 쯤 된 것 같네요."

깜짝 놀란 표정으로 로엔카를 바라보는 현식. 아무리 돈을 못벌어도 1년동안 여관에서 잘 돈도 마련하지 못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현식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물었다.

"마을에서 마물 퇴치 임무같은 것을 받으면 되지않아요?"

"그렇기는 한데....."

로엔카는 트레시아를 힐끔 바라보며 현식의 귀에 속삭였다.

"마을 촌장들이 어린 여자아이한테는 맡기고싶지 않다고해서....."

한숨을 쉬는 로엔카. 그 말을 들은 현식도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 누가 실력도 검증되지않은 어린 여자아이에게 의뢰를 맡기고싶겠는가.

여관은 마차와 얼마 떨어지지않은 곳에 위치해있었다. 다른 집보다 훨씬 커다란 오두막, 오두막의 간판에는 '바람의 휴식'이라고 쓰여있었다.

로엔카가 손으로 문을 열며 안으로 들어갔다. 나무문에서 나오는 끼이익거리는 소리가 주변에 울려퍼졌지만, 술을 퍼마시며 큰소리로 떠드는 여행자들에게 묻혀 아무도 듣지않았다.

사람이 별로 없어서 그런 것인지 사람이 제일 많아야할 1층의 식당 겸 카운터에는 몇몇의 사람들밖에 없었다.

현식은 카운터로 다가갔다. 카운터에는 작은 키의 할머니가 의자를 밟고 서있었다. 현식은 할머니에게 말했다.

"여기 방 좀 빌리고싶은데요."

할머니는 그들을 한 번 주욱 훑어보더니 손을 내밀며 말했다.

"방 두개에 1실버."

현식은 깜짝 놀라 눈을 뜨고 물었다.

"1 실버요?"

로빈의 여관에서 한 달동안 아침, 점심, 저녁을 전부 먹으면서 잠까지 잤을 때가 은화 2 개, 2실버였다. 그런데 4 명이서 하루를 자는데 1실버라니, 이 것은 비싸도 너무 비싼 것이었다.

"그래, 빨리 돈이나 주고 키받아가."

현식은 식은 땀을 흘리면서 웃으며 할머니에게 물었다.

"조금만 깎아주시면 안되요?"

"응, 안돼."

단호한 할머니의 말에 결국 현식은 한숨을 쉬며 주머니에서 1실버를 꺼내주었다.

할머니는 동전을 자세히 보더니, 뒤에 있던 선반에서 키 두개를 꺼내 현식에게 주며 말했다.

"니들이 밤에 뭘 하든 상관은 없는데, 시끄럽게만 하지말아라. 니들이 뭘 하든지 시끄럽게 굴면 옷입고있든 벗고있든 상관없이 내쫒을테니까."

처음에 현식은 무슨말인지 이해가 가지않았다. 당연히 옷을 입고있을텐데, 어째서 저런말을 하는 것일까. 그러나, 뒤에 있던 트레시아가 붉게 상기된 표정으로 당황하며 카운터를 손바닥으로 강하게 치고 말을 더듬었다.

"내....내가 왜 저런남자랑.... 그런다는거야?!"

무엇을 그런다는 것일까. 일단 방을 두 개 빌린 것도 남자와 여자가 따로 자기위해 빌리는 것인데. 현식은 만약 남녀가 함께 잔다면 밤에 할 짓을 생각해봤다. 그러다가 떠오른 결론. 물론 현식도 그런 것을 좋아하기는 한다. 하지만, 아직 중학생밖에 되지않은 아이와 그런짓을 한다는 생각조차 한 적이 없었다.

"밤 되면 쥐죽은 듯 조용해질꺼에요. 걱정 마시구요."

현식은 카운터를 손바닥으로 가볍게 두 번 치고 계단의 위로 올라갔다. 그 안에서 현식은 빠르게 방 안으로 들어가 인벤토리를 열고 빠른속도로 갑옷을 꺼내 바닥에 던진다음 곧바로 인벤토리를 껐다. 한숨을 쉬며 갑옷을 들어올린 현식. 그는 갑옷을 방 안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잠시 후, 로엔카가 들어오며 현식에게 물었다.

"현식씨, 여자들 방 키까지 가져가셨어요."

현식은 손에 들린 또 다른 키를 로엔카에게 건네주었다. 다시 밖으로 나간 로엔카는 얼마 지나지않아 다시 방으로 들어와 모자를 벗었다. 푸른색의 기다란 머리카락이 모자 안에서 흘러나왔다.

"이제야 조금 살 것 같네."

깊게 숨을 들이쉬는 로엔카. 그는 책상 위에 있는 현식의 갑옷을 보고 물었다.

"중갑이 아니라 경갑을 입으시네요?"

현식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가벼운게 좋아서요."

인정한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는 로엔카. 그 역시 마법사였기때문에 중갑은 그렇게 좋아하지는않았다. 시간이 지나자 배가 고파진 현식은 로엔카에게 말했다.

"일단 다른 사람들까지 불러서 밥이나 먹으러가죠."

"정말요?!"

그 말에 기쁜 표정으로 반응하는 로엔카. 이 때까지 여관에서 잠을 못잤었다면 밥도 못먹었을 확률이 매우 컸다. 현식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른 사람들 데리러가죠."

로엔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하게도 여자들은 이미 방에 있지않았다. 무언가 불안한 마음에 급하게 아래로 내려간 현식. 역시나, 그들은 이미 밥을 먹고있었다. 거기다가 이미 많이 먹었는 지 테이블의 한 쪽에 그릇을 수십그릇 쌓아놓고있었다. 그 그릇들을 보며, 현식은 한숨을 쉬었다.

현식은 그들의 테이블에 앉아 말했다.

"밥을 먹을꺼면 저희도 부르지그랬어요."

현식의 말을 들은 트레시아는 입 안에 음식을 우물거리며 말했다.

"약한 사람들과 대화하기싫어."

원래는 우물거려서 잘 들리지않았지만, 그녀가 말할 것은 뻔했기에, 그녀의 말을 이해한 현식은 짜증나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 약한 사람이 여관에 머물게 해주고 밥도 사주는데 말이라도 한 마디 해줄 수 있잖아요."

현식의 반응에 로엔카가 당황하며 현식의 팔을 붙잡고 미안하다고했지만, 본인이 아닌 타인에게 받는 인사는 별 소용이 없었다. 현식은 화를 참으며 일단 종업원을 불러 음식을 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