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7-
산적들과 싸우고나서 다시 출발한 마차. 현식이 쓴 마법의 커다란 폭음으로 인해 다른 마물이나 마물보다 더 질이 나쁜 또 다른 산적이 올 확률이 높았기에, 그들은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났다.
목적지를 향해 달그락거리며 빠른속도로 내달리는 마차에서, 로엔카는 스킬을 알려주지않는 현식에게 스킬에 대한 정보를 계속 물었다. '그 기술의 이름이 뭐냐'는둥, '그 기술을 어디서 알았냐', '책에 나와있냐'등 쉴 새 없이 날아오는 질문들을 하나 하나 대답해주다보니 입이 마르고 목소리가 갈라질 지경이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카나는 '어떻게 이 젊은 나이에 마법과 검술을 동시에 배우냐', '비법이 있으면 좀 알려달라 졸라대었다. 얼굴이 두 개였다면 한사람 한사람 맡아서 대답을 해줬을테지만, 알다시피 그는 인간이였기에 머리 하나로 최대한 열심히 대답해주는 수 밖에 없었다. 그 중에서 다행이었던것은 트레시아는 궁금한게 있는데도 질문을 하지않았다는 것이었다. 현식이 그녀가 어떻게 질문이 있는 것인지 알았냐하면, 아무래도 그녀는 얼굴에 속내가 나타나는 타입인 것 같았다. 현식이 다른 두 명의 질문을 받아 대답하고있으면 그녀는 고개를 돌려 현식을 보며 그의 말을 경청하다가 현식이 잠깐 고개를 돌려 트레시아를 보면,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돌리고 마차의 밖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현식이 다시 고개를 돌리면 바로 다시 고개를 돌려 경청했다
그렇게 질문을 하다가, 로엔카는 현식에게 물었다
"지금 현식씨 목적지가 어디라고했죠?"
"아, 목적지는 아직 정해진 곳은 없어요. 뭘 좀 찾고있어서....."
현식의 대답을 들은 로엔카는 미소를 지으며 현식에게 말했다
"그러면, 저희와 함께 가는게 어때요? 저희도 어차피 마왕을 처치하려면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강해져야되니까 같이 가면 좋을 것 같은데요?"
로엔카의 제안에 현식은 같이 다니면 좋은점과 나쁜점에 대해서 생각했다. 우선 같이 다니면 좋은점은 같이 싸워줄 동료가 생긴다는 것이었다. 솔직히 이 세계를 혼자 여행하기에는 불안했다. 원래의 세계에서야 마법같은 것이나 마물이 없어 사람만 잘 조심하면 되었기에 혼자서 여행하는 것은 가능했지만, 이 세계에서는 마물 뿐만 아니라 아까 전 우리를 습격했던 산적들도 있었기때문에 혼자서 여행하는 데에는 많은 위험이 뒤따랐다. 그래서 함께 싸우고 믿어줄 동료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두 번째로, 이상의 충족이 있었다. 현식은 판타지게임을 할 때마다 동료는 무조건 데리고다녔다. 드래곤퀘스트는 물론이고 포켓몬스터는 무조건 6마리를 다 채우고 골고루 키우고 다녔다. 함께 강해진다는게 너무나 좋았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현식은 이 세계에서도 동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부각되었다. 이 세계는 현실. 게임과는 확연히 달랐다. 게임은 모든 동료들이 현식의 명령을 받아 움직이고 공격하고 싸웠지만, 이 세계는 현실이기에 어떻게 작전을 세울지 의견을 나누다가 마물과 싸우기 전에 우선 그들과 싸울 확률이 있었다. 그리고 생리현상. 배고픔이나 수면같은 것이 존재했기에 동료들까지 먹이려면 식비는 세 배가 깨졌다. 그러나, 이들이 여관에서 먹은 음식만 보면 세 배가 아닌 여덟 배정도 깨질 것 같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수면. 인간은 수면, 즉 잠을 자지않으면 원래의 실력이 제대로 발휘되지않는다. 그래서 수면은 필수 사항인데, 이 것도 역시 요금이 세 배가 깨져서 문제였다.
그리고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이 강해지는 것이었다. 현식이야 능력이 있어 빠른 시간 안에 강해질 수 있다고 하지만, 나머지 동료들이 강해지려면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이 능력은 알려지면 좋을게 없어서 최대한 비밀로 하는것이 좋은데, 현식만 빠르게 강해지면 분명히 물어볼 확률이 높았다
현식은 조금 생각하다고 결론을 내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죠. 당분간은 함께 다니겠습니다."
현식이 대답하자, 카나가 양손을 번쩍들고 신나했고 로엔카는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트레시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로엔카에게 항의했다.
"어째서 이런 약골이랑 같이 다녀야하는거야?!"
현식은 그녀의 말을 듣고 조금 심기가 불편해졌다. 물론 자신이 약한 것은 맞지만, 아니 솔직히 여기있는 사람들 중에서는 화력면에서 가장 강하다고 생각하는데, 아까 마법으로 살려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런식으로 행동한다는게 마음에 들지않았다
트레시아의 항의에 로엔카가 표정을 거두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우리를 구해준 은인입니다. 말 가려서 하세요."
트레시아는 순간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그녀는 설득하려는 듯 로엔카에게 말했다.
"하... 하지만 우리에게는 마법사인 네가 있잖아. 그러니까, 마법사가 더 들어올 필요는...."
그녀의 말을 듣던 로엔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마법사로써의 현식씨가 아닌 전사로써의 현식씨를 원해서 부탁드린겁니다. 아까도 느끼셨다시피 카나가 많은 적들 앞에서 저를 지키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당신도 우리 신경쓰지않고 싸우는게 더 편하지않습니까?"
그 말에 트레시아는 분한 표정을 짓고는 자리에 앉았다. 로엔카는 한숨을 쉬며 자리에 다시 앉았다. 현식은 그녀가 왜그렇게 자신을 싫어하는 것인지 궁금해 로엔카에게 물었다. 그러나, 로엔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왜 그러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네요. 한 번도 저러신 적이 없는데 왜 갑자기 저러시는건지....."
카나도 걱정되는 표정으로 트레시아를 바라보았다. 트레시아의 눈에는 약간의 눈물이 고여있었지만, 이내 손으로 눈물을 닦았다
한바탕의 소동이 지나고, 드디어 멀리서 또 다른 도시가 보이기시작했다. 꽤나 멀리 떨어진 거리에서 보는데도 성문 앞의 타워가 우뚝 서있는것이 보였다. 잠시 후, 마부가 큰소리로 말했다
"목적지에 거의 다 왔습니다!"
현식은 고개를 내밀어 멀리보이는 성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타워를 보고는 작은 소리를 내며 놀랐다. 카닐도 꽤나 커다란 도시라고 생각했는데, 여기는 정말로 거대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웅장했다. 카나도 밖을 바라보고 놀라며 말했다.
"여기가 정말 도시에요?"
같이 놀라는 카나를 보며, 현식이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1년동안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여기는 한 번도 안와본거야?"
카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는 북쪽 지방을 많이 돌아다녀서 여기는 한 번도 와본 적이 없어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현식. 잠시 후, 현식이 마부에게 소리치며 물었다.
"마부아저씨! 여기 어디에요?!"
"여기가 바로 이 나라 '페르실리온'의 수도 '페르실라'다!"
마부의 말에 로엔카가 깜짝 놀라 일어나며 물었다
."수도를 벌써 왔어요?"
"그래!"
로엔카는 밖을 내다보며 수도의 웅장함에 감탄했다. 트레시아 역시도 수도라는 말에 놀라며 밖을 내다봤지만, 이내 다시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