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쟁이파록 2017. 8. 25.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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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페르실라의 성문 앞, 마부는 그들을 내려주고 자신이 원래 가던 곳을 향해 떠났다.

헌식은 페르실라의 성벽을 보고 카닐에서보다 더 크게 놀랐다. 카닐도 성벽이 거대하기는 했다. 그러나 페르실라는 카닐과는 급이 달랐다. 기본적인 높이부터 시작해서 양 옆을 둘러보면 성벽이 꺾이는 부분이 보이던 카닐과는 달리 페르실라는 과장을 조금 보태서 끝이 없는 허허벌판처럼 지평선 너머까지 성벽이 이어져있었다. 이렇게 커다란 성벽이 쳐져있다는 것은 도시 자체도 넓다는 것인데, 그 넓은 도시에 자리도 부족했는지 성벽 밖의 주변조차 집과 가게가 둘러싸고있었다.

현식이 놀라는 것처럼 처음 온 것은 매한가지인 다른 사람들도 입을 벌리고 놀라며 주변을 둘러보고있었다. 마차에서 내릴 때까지 뾰로통해있었덨 트레시아까지 놀란 표정으로 신기해하는 것을 보면, 이 정도의 크기는 이 세계에서도 흔한 풍경은 아닌 것 같았다.

현식은 그들을 보고 말했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죠."

넋을 놓고 구경하던 그들은 현식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성벽의 안은 밖보다 더 대단했다. 집 하나 하나가 밖에 있는 집 위에 하나씩 더 얹어놓은 것 같은 크기를 가지고있었고, 지붕과 집벽의 색이 통일되어있어 웅장함마저 자아냈다.

그것 뿐만 아니라, 길가에는 사람들이 넘쳐흘렀고, 그 사이사이로 들려오는 사람들의 말덕분에 도시는 활기가 가득 차보였다.

태생적으로 사람 많은 곳을 별로 좋아하지않는 현식은 한숨을 쉬며 그들에게 물었다

"일단 여러분들 목적지인 수도에 왔는데, 성부터 갈꺼에요, 아니면 숙소부터 잡을꺼에요?"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의논을 하더니, 대표자인듯 한 로엔카가 현식에게 말했다.

"일단은 성부터 가보는게 맞을 것 같네요."

"그러죠."

현식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들과 함께 사람들 사이로 지나갔다.


멀리보이는 성을 보며 걸어간지 꽤 오랫동안 걸은 것 같은데, 성은 거리가 좁혀질 생각을 하지않았다. 크기로 보면 분명이 얼마 걸리지않을 거리인것 같았지만, 그 크기 그대로인 성을 보니 그 성이 얼마나 크고 멀리있는지 짐작이 갔다.

길을 걷던 카나가 힘이 빠졌는지 축 늘어지며 현식에게 매달렸다.

"힘들어요...."

하늘을 보니 어느덧 해가 저물고있었다. 현식은 매달린 카나와 뒤에서 뒤따라오던 두 명에게 물었다.

"일단 오늘은 날이 저물고있으니까 하룻밤 자고 갈까요?"

현식의 말에 카나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네!'라는 대답을 계속 반복했고, 뒤에 있던 로엔카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까요?"

로엔카가 말하자, 옆에 있던 트레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일단 이 근처에서 여관을 한 번 찾아보죠."

현식은 말을 끝내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위로 올라가는 길의 골목들 사이에는 그저 평범한 민가들이 줄을 지어 위치해있었고 여관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않았다. 일단은 앞으로 가면서 찾아야할 것 같아서 현식은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30분 후, 오르막길이 나오자, 뒤에 따라오던 사람들까지 전부 지쳐버린 듯 축 늘어져 현식을 따라왔다.

"조금 천천히 가요....."

현식이 아무렇지도 않게 빠른 속도로 가자 뒤에 있던 로엔카가 힘든 목소리로 현식에게 말했다. 현식은 고개를 돌려 올라오는 그들을 보았다. 로엔카는 지팡이에 무게를 지탱한 채 한 걸음 한 걸음 힘겹게 올라오고있었고, 카나는 축 늘어져 거의 기어오다시피 올라오고있었다. 그나마 아직까지 정상인 것은 트레시아 혼자였지만, 그녀 역시 가쁜 숨을 몰아시며 겨우겨우 올라오는 듯 했다. 현식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아직 걸은지 딱 한 시간밖에 안지났는데 왜이렇게 힘들어해요?"

현식의 말에 어이없다는 듯 따지며 말하는 카나.

"제 갑옷을 보시라구요. 지금 이 중무장을 다 하고 올라가는데 힘이 빠지는 것은 당연한거죠!"

"카나는 그렇다치고, 로엔카씨는 왜이렇게 못올라와요."

현식의 질문에 로엔카가 힘든 얼굴에 아주 작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저는 마법사라 지구력이나 근력훈련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서요..... 그나저나 현식씨는 왜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올라가는거에요? 이렇게 가파른데....."

로엔카의 질문에 현식은 자신의 몸을 확인해봤다. 확실히 이 곳에 올라오면서 가쁜 숨조차 한 번 쉰 적이 없었고, 머리에는 땀 하나 나지않았다. 

"그거야......"

현식도 잘은 모르기에 대답할 수는 없었다. 아마 예상하는 바로는 이 것도 게임의 능력 중 하나라고 생각은 하지만, 이 능력에 대해서는 아무리 동료라도 말하기가 꺼려졌다.

잠시 후, 카나가 힘듬과 짜증이 폭발한 듯 큰소리로 징징거렸다.

"언제 도착하는거야?!"

날은 어느 새 완전히 어두워져있었다. 주변 건물들의 창문에서는 촛불의 빛이 밖으로 빠져나와 그나마 길이 보이기는 했지만, 빨리 찾지않으면 쉬지도 못하고 다음 날 아침까지 계속 올라가야할 것 같았다.

그들을 내버려두고, 현식은 조금 더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멀리서 보이는 간판. 현식은 곧바로 뒤로 돌아 그들에게 말했다.

"저기, 여관이 있네요!"

현식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카나가 갑자기 힘이 솟구치는지 오르막을 빠르게 내달려 곧바로 여관을 향해 돌진했다. 무섭게 뛰어오는 카나를 놀라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현식. 이내 카나는 여관의 문 앞에 서서 현식에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먼저 들어가있을께요!"

그리고 안으로 들어가버리는 카나. 현식은 멍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로엔카가 어깨에 손을 올리자 정신을 차리고 그들과 함께 여관으로 향했다.

여관에서, 현식은 1층 식당의 주변을 둘러보며 카나를 찾았다. 그러나, 카나는 보이지않았고, 현식과 다른사람들은 카운터로 다가가 물었다.

"여기 갈색머리 꼬마여자애 안왔어요?"

머리를 2:8 가르마로 넘긴 중년의 여관 주인. 그는 현식의 질문에 대답했다.

"그 여자애라면 방 키를 하나 가지고 올라갔다네."

"몇 번 방이에요?"

"그건 알려줄 수 없다네."

고개를 젓는 여관주인. 현식은 당황한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왜 못알려줘요?"

그러자, 여관 주인은 눈을 부릅뜨더니 근엄하고도 커다란 목소리로 현식에게 말했다.

" 그야 우리는 손님의 개인정보를 보호할 의무가 있으니까!"

현식은 이미 이 사람이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알려준 때부터 개인정보가 보호되지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몇 번을 물어봐도 알려주지않는 여관주인을 뒤로 하고 로엔카와 트레시아에게 말했다.

"일단은 1층에서 기다려보죠."

현식은 3 명분의 여관 숙박비를 내고 키 하나를 받은 다음 로엔카에게 말했다.

"로엔카씨, 가서 먼저 쉬고있어요."

"현식씨는요?"

"일단 저는 여기서 트레시아씨와 함께 카나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보려구요."

"그럼 저도 같이 기다리죠."

"아, 아니에요. 일단 먼저 쉬고계세요. 금방 들어갈테니까."

현식의 말에 조금 생각하던 로엔카는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 방으로 올라갔다. 현식은 카운터의 바로 앞 테이블에 앉으며 트레시아에게 말했다.

"앉아서 기다리죠."

트레시아는 현식의 말을 들으며 자리에 앉을 것인지 아니면 현식의 말을 듣지않고 앉지않을 것인지 고민하는 듯 했다. 그러나, 그녀 역시 힘든 것인지 자리에 앉았지만, 그녀가 앉은 곳은 현식과 조금 떨어져있는 자리였다.

현식은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가 앉은 테이블에 앉으며 물었다.

"왜 그렇게 저를 싫어하는거에요?"

그녀가 하는 대답은 역시나 같았다.

"약한 사람은 싫어."

답답한 현식은 혀로 마른 입술에 침을 뭍이고 그녀에게 차근차근 말했다.

"저번에도 보셨다시피 제가 그렇게 약한 편은 아니에요. 거의 지시던 것을 제가 구해드리기도했고, 또 주변에 있던 산적들까지 전부 물리친건 저라구요. 그래도 제가 약한가요?"

그 말에 트레시아는 아무런 말도 하지않고 묵묵무답으로 테이블만 바라보고있었다. 현식은 아무런 말이 없자 한숨을 쉬고 화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좋습니다. 이 파티의 주인인 당신이 제가 싫다니 어쩔 수 없죠. 오늘까지만 함께 지내고 내일 제가 떠나겠습니다."

"잠깐...."

트레시아가 말을 하려던 것을 자르고, 현식이 말을 이어서했다.

"됐습니다. 당신이 저를 그렇게 싫어하는데 저도 저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 곳에서 무시당하면서 같이 있고싶지는 않습니다. 오늘 밤에 로엔카에게 제가 알아서 잘 말하고 떠나도록 할테니까 걱정마시고 오늘부터 두 발 쭉 뻗고 자시면 되겠네요."

"그게 아니라!...."

트레시아가 테이블을 치며 일어나 무언가 말하려하자, 카나가 계단의 앞에서 큰소리로 그들을 불렀다.

"현식씨! 용사님!"

현식은 무슨일이 있었냐는 듯 미소를 지으며 카나에게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