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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검은 물방울

-2-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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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행


드디어 필사의 사막에 도착했다. 역시 이름답게 이 곳은 생물이 살 수 없을 정도의 열기가 있다. 하지만 이 정도면 인간의 기술력으로 살 수 있을텐데 왜 아무도 없는 것인가?

-필사의 사막에서 죽은 모험가의 일지 中-


어두운 밤, 숲의 안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연기의 원인은 바로 비슬이 피운 모닥불이었다. 모닥불에는 바금 잡은 것 같은 생선이 나무막대기에 꽂혀 노릇노릇구워지고 있었고, 비슬에게 천을 빌린 뷔렐은 천을 뒤집어쓰고 모닥불에 몸을 녹이고있었다.

모닥불을 보던 비슬은 나뭇가지 몇개를 던져넣으며 물었다.

"당신같이 평범한 어인이 이 숲에 무슨일로 왔죠?"

그가 묻자, 그녀는 모닥불에 다 구워진 물고기를 한 입 베어물고 말했다.

"저는 뷔렐이라고해요. 주인이었던 인간의 말을 안들어서 쫓겨났는데, 길을 몰라서 헤매다 그만....."

그녀의 말을 들은 비슬은 고개를 끄덕이고 모닥불을 바라보았다. 몇 분간의 정적이 흐르자, 뷔렐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까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비슬은 그녀를 보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다시 모닥불을 보더니 나뭇가지를 몇개 던져넣었다. 다시 정적이 흐르자 뷔렐이 한번더 먼저 입을 열었다.

"이름이 뭐에요?"

그녀의 질문이 기분 나빴는지 그는 표정을 찡그리고 그녀를 보았다. 그 모습에 뷔렐이 당황하자, 그는 다시 모닥불로 시선을 옮겼다.

"제 이름은 '비슬'입니다."

이 말을 끝낸 비슬은 눈을 감고 나무에 기대 몸을 돌렸다.

다른 말을 이어하려고 입을 연 그녀는 돌아누운 그를 보고 다시 입을 닫았다. 그리고는 나무막대기로 모닥불을 몇번 푹푹 찌르더니 이내 뒤에 있던 나무에 기대고 눈을 감았다.



그녀는 꿈을 꾸었다. 그 꿈 안에서 그녀는 높은 선단 위에 서있었고, 그 주위에 많은 수의 어인들이 그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 선단  위에서 그녀는 문슨 말을 하고있었지만 꿈에서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녀가 하는 말에 주변 어인들은 그녀의 말에 집중하고 있었고, 그녀가 손을 치켜들자 어인들 모두 환호성을 지르며 그녀를 불렀다. 그녀가 단상에서 내려오는 순간, 그녀는 꿈에서 깨어났다.


그녀가 잠에서 깼을 때, 그는 다 꺼진 모닥불을 흐트려놓고있었다.

"잘 주무셨어요?"

그녀가 인사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턴 후, 자리에서 일어나 어딘가로 걸어갔다. 그가 멀어지자 그녀도 빠르게 일어나 그를 따라갔다.

몇군간 아무말없이 걸어가던 비슬은 뒤로 돌아 쫓아오는 그녀에게 물었다.

"왜 따라오는거죠?"

그의 질문에 뷔렐은 머뭇거리며 말했다.

"저, 나가는 길을 모르는데..... 데러다 주시면 안될까요?"

비슬은 아무말도 하지않고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가던길로 걸어갔다. 그의 허락이 떨어지자 그녀는 기뻐하며 그의 옆으로 뛰어가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몇시간이나 걸었을까, 드디어 숲 밖으로 나가는 출구가 멀리서 보였다. 출구라고 해도 나무만 보이지않을 뿐 저것이 정말로 출구인지는 알 수 없었다. 뷔렐은 출구(는 아닐 수도 있지만)가 보이자 얼굴에 미소를띠고 달려갔다.

"우와!"

그녀가 숲의 밖에서 본 것은 언덕 아래의 거대한 도시였다. 도시는 그 크기답게 많이 발전되어있었다. 도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돌아다니며 물건을 사거나 술집에 들러 술을 마셨다. 연인들은 중앙광장에 있는 커다란 분수대에서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고있었고 공연을 하러나온 광대들은 전단지를 뿌리며 오늘 저녁에 있을 서커스공연을 홍보하고있었다. 또, 경무장한 경비들이 거리를 순찰하며 만일에 있을 사건에 대비하고있었다.

그녀는 움직이면서 거리의 모습을 하나라도 더 머리 속에 담으려는 듯 고개를 좌우로 움직이며 걸어갔다. 앞에서 걸어가던 비슬은 커다란 중앙광장의 분수대 앞에서 멈추고 뒤로 돌아 따라오던 뷔렐에게 말했다.

"마을에 도착했으니 전 이만 가겠습니다."

그의 말에 그녀는 당황하며 외쳤다.

"잠깐만요!"

그러나 그는 뒤도 돌아보지않고 많은 인파들 사이로 사라져갔다. 그녀는 달려가 붙잡으려했지만, 많은 사람들 사이로 사라져가는 비슬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였다.

뷔렐은 사람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다가 실수로 누군가와 부딪혀 넘어졌다. 그러자 그녀의 앞에 손이 하나 내려왔다. 그 손은 자신도 잘 아는 모습의 손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그 손의 주인을 보았다. 커다란 눈, 그 안에 있는 세로로 찢어진 동공, 그리고 손에 달려있는 물갈퀴.

"괜찮으십니까?"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는 그는 '어인'이었다.


어인이 노예가 된 후에 인간은 법 하나를 새로 만들었다. 어인의 반란이나 독립운동의 가능성을 아예 배제시켜버린 법, 바로 '어인 단독 행동 금지법'이다. 이 법의 주된 내용은 어인들을 인간과 똑같은 국민으로 만들기 위해 어인들에게 인간과 함께 지내며 행동과 말투를 배우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법의 속뜻은 따로 있었다.

'어인 하나하나에게 감시를 붙여 반란의 싹을 제거한다.'

이 법이 생기고 나서 어인들은 바로 반란을 일으켰지만 이내 반란은 진압되고 많은 어인들이 처형당하고 감옥으로 들어갔다. 반란 이 후, 법에는 한가지항목이 추가되었다.

'만약 어인이 반란이나 폭동을 일으킨다면 모든 어인들은 사형에 처한다.'

이후, 모든 어인들은 혼자 다니지않고 인간 주인이나 하인들과 함께 다녔다. 버려진 어인들은 천으로 얼굴을 감싸 돌아다녔다. 그러나 그들 중 경비에ㅔ 들킨 어인은 그 자리에서 '반란 미수죄'가 적용되어 그 자리에서 즉결처형되었다.

뷔렐도 그 법을 모르는 것은 아니기때문에 비슬이 사라지자 바로 천을 꺼내 얼굴을 가렸었다. 그러나 이 어인은 달랐다. 천으로 얼굴도 가리지않았고, 뷔렐이 인간인지, 어인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자신의 갈퀴가 달린 손을 내밀었다. 뷔렐은 주위에 그의 주인이 있는 줄 알고 고개를 돌려 살펴봤지만, 그의 주인처럼 보이는 자는 없었다.

뷔렐은 그의 손을 잡고 일어나 몸을 털며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뭘요."

그는 웃었다. 날카로운 어인의 이빨이 훤히 들어났다. 그녀는 그의 웃음이 기분나쁘다고 생각했지만, 이내 생각을 지우고 물었다.

"당신의 주인은 어디있죠?"

뷔렐의 질문에 그는 대답했다.

"저도 당신과 같은 버림받은 어인입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제일 궁금한 한가지를 물어보았다.

"어째서 얼굴을 가리고 다니지않으시죠?"

그는 웃으며 그녀의 질문에 대답했다.

"그야 경비병에게 안들키기 위해서죠."
"가리고다니지않는게 더 안들킨단 말인가요?"

"예, 경비병들은 얼굴을 가리지않은 사람보다 천을 두른 사람들을 더 검사하죠. 대부분의 혼자 다니는 어인들은 천을 두르고 다니기때문에 얼굴을 내놓고 다니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거죠. 말하자면 등잔 밑이 어둡다?"

그는 뷔렐이 알지 못하는 속담을 얘기하며 말을 늘어놓았다. 그녀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비슬을 찾기 위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까는 부딪혀서 죄송했습니다."

그녀가 뒤로 돌아 걸어가려할 때, 가밪기 그 언인은 그녀의 손목을 붙잡고 강하게 끌어당겼다. 그러더니 기분나쁜 웃음을 지으며 작은 소리로 그녀에게 속삭였다.

"나랑 같이 가는게 좋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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