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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나만의 세계에서 일어난 일

자명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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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에 타 반파되어있는 낡아버린 저택의 안에서 커다란 자명종시계가 울려퍼졌다. 집 곳곳에는 투구와 갑옷, 칼을 들고 널부러져있는 해골들과 그 해골들 뒤에 있는 핏자국들, 그리고 침대 위에 누워있는 작은 어린아이의 해골 뿐이었다.


아이의 해골 옆에 있던 자명종은 아직까지 누워있는 자신의 주인을 깨우려는 듯 소리내고 있었지만, 그 자명종 역시 죽을 때가 되었는 듯 목소리가 점점 줄어들었고, 이내 집안에서 울리던 자명종의 소리는 사라졌다.


저택의 앞에는 무장한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그들의 손에는 하나같이 횃불을 들고 있었는데, 금방이라도 던져버릴 듯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들의 우두머리인 듯한 남자가 허리에서 칼을 뽑아들고 저택을 가리켰다. 그러자 횃불을 들고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저택을 향해 횃불을 던졌다.


그 이후, 그들은 빠르게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의 눈은 날카로웠지만, 불빛을 받아 매우 아름다웠다.


저택의 안 역시 그들과 색이 다른 갑옷을 입고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허리춤에서 칼을 꺼내 서로에게 휘두르며 서로의 내부에 있던 붉은 보석들을 빼앗아갔다.


그 모습이 마치 붉은 돌을 들고있는 탐욕스러운 고블린과 흡사했다.


대장이었던 남자는 색이 다른 갑옷을 입고있는 사람들을 하나 하나 물리쳐가며 저택의 2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많은 방들을 열어보고 그 안에서 누군가를 찾는 듯 했다.



저택의 맨 끝방. 그가 문을 열었을 때, 그는 드디어 원하는 것을 찾은 듯 눈을 가늘게 뜨고 미소를 지었다. 침대 안에서 새근새근 잠들어있는 한 아이. 그는 갑옷을 달그락거리며 아이에게 다가갔다.


그의 모습과 아이의 모습은 닮아있었다. 누가 봤으면 그가 아버지인 듯 보였겠지만, 그는 아버지가 아니었고, 그의 아버지는 이미 옆방에서 붉은 보석이 부서진 채로 바닥에 누워있었다.


남자가 칼을 들어 수직으로 세운 다음 아이의 붉은 보석의 위에 겨누었다. 그리고 강하게 내려찍었다. 그 순간, 자명종시계가 울렸다. 마치 주인을 깨우려는 듯 그치지않는 자명종시계.


그러나 그는 아랑곳하지않고 아이를 향해 칼을 내리찍었다. 아이의 붉은 보석의 안에서 작은 보석들이 흩날렸다.


찍을 때마다 터져나오는 작은 보석들을 더 원하는 듯, 남자는 눈을 크게 뜨고 계속 내리쳤다.


그리고 더이상 보석이 나오지 않자, 그는 칼을 허리에 다시 넣고 문 밖으로 나갔다.


아이의 방 위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잠자고 있는 아이를 깨우기 위해, 자명종은 쉴 새없이 큰소리로 울어대었다.


계속.


그리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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