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그는 일어나기가 무섭게 어제 그녀에게서 받은 목검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밖은 아직 새벽이라 꽤나 어두운데다, 마을이 숲 안에 있었기때문에 습기로 인한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있었다.
그는 천천히 마을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까지 걸어갔다. 그리고 그는 마을 밖을 벗어난 후, 검을 연습할 무언가가 나타나기를 바라면서 천천히 주변을 살피며 걸어갔다. 물론 '연습'이기 때문에 저번처럼 오우거같은 거대한 것이 아닌 토끼나 다람쥐같은 작은 동물들이 나오기를 빌었다.
얼마나 걸어갔을까, 아무리 마을 밖을 돌아다녀도 동물 하나 나올 낌새가 보이지않았다. 어느 새, 하늘은 점점 밝아오고 숲의 나뭇잎 사이에서 빛이 새어들어오고있었다. 이렇게 긴 시간동안 동물도 먹지않는 엘프들의 마을 근처에 동물들이 없다는 것은 단 하나의 사실을 가리키고있었다.
'이 주변에 동물들을 잡아먹는 짐승이 살고있다.'
그는 식은땀을 흘리며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나중에 레베카에게 부탁해 함께 와야겠다고 생각하고 천천히 돌아서려던 그 순간, 풀숲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갑자기 들려온 소리에 깜짝놀라 풀숲을 바라보며 침을 삼키고 검을 꼬나쥐고 사극에서 보면서 배웠던 자세를 엇비슷하게 잡았다.
풀숲에서 점점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왔고, 이내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작고 아담한 사이즈에 흰색의 털에 더러운 것이 묻어 조금 갈색으로 변한 털을 가지고, 넓지는 않지만 기다란 귀를 가진 하나의 생물. 그 것은 토끼였다.
그는 토끼를 보고 조금 생각에 잠겼다. 그냥 돌아갈 것인지, 아니면 저 토끼로 검술을 연습할 것인지. 하지만, 이 주변에는 토끼같은 작은 생물을 찾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된 이상, 이렇게 발견한 토끼를 뒤로 하고 간다는 것은 너무도 아까운 일이었다.
현식은 조금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마음을 다 잡고 토끼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다른 곳을 바라보며 코를 킁킁거리는 토끼. 토끼는 주변에 있는 풀을 뜯어먹었다. 그는 발걸음 소리를 최대한 줄이고 토끼의 등 뒤로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토끼가 목검의 사정거리 내에 들어왔다고 생각한 그는 토끼가 알아차리지못하게 천천히 검을 들어올렸고, 이내 빠른 속도로 내리쳤다. 그러자, 토끼는 어떻게 알아챈 것인지 그의 검을 빠르게 피하고 다시 풀숲으로 들어갔다.
그는 한숨을 쉬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빨랐으면 잡을 수 있었을텐데라고 생각해봤지만, 이미 지난일. 그는 풀숲으로 들어간 토끼를 포기하고 뒤로 돌아 마을을 향해 걸어갔다.
걸어간 지 얼마 되지않아, 또 다시 풀숲에서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빠르게 그의 옆을 지나가는 생물 하나. 그것은 아까 그가 놓쳤던 토끼였다.
'뭐지?'
그는 토끼가 왜 저렇게 빨리 가는지 이해가 가지않았다.
토끼가 풀숲에서 빠져나가 그의 옆을 지나간 지 얼마되지않아 풀숲에서 또다른 움직임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커다란 생물인지 풀이 스치는 소리가 강하게 났고, 풀숲의 위로 회색의 털이 조금 삐져나와있었다. 저정도의 크기 에 회색빛의 털을 가진 생물. 그리고 도망치는 토끼. 저 생물의 정체는 정해져있었다.
현식의 얼굴은 점점 공포에 휩싸인 얼굴로 변해가며 풀숲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그 풀숲에서 나온 생물은 역시 그가 생각했던 생물이었다. 빳빳한 털에 입이 나와있고, 그 입에 날카로운 이빨과 송곳니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리고 있는 생물.
"늑대다!"
그는 빠르게 돌아서며 토끼가 도망친 방향으로 달려갔다. 그러자, 늑대는 컹컹거리며 그를 향해 침을 흘리대며 달려왔다.
오우거에게서 도망치는 것보다 급이 다른 늑대의 속도에, 그는 손에 땀을 흘리며 죽을 힘을 다해 뛰었다. 그러나, 운동도 안한 사람이 늑대를 따돌리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늑대는 어느 새 그의 등 뒤까지 쫒아와 높게 뛰어 그에게 달려들었다. 등 뒤에서 늑대가 달려들자, 늑대의 무게를 못이기고 넘어진 그는 늑대와 몇 번을 굴렀고, 이내 늑대를 밀쳐내고 빠져나와 흙투성이가 된 모습으로 가쁜 숨을 쉬며 목검을 쥐고 늑대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늑대는 아무렇지도않은 지 처음 봤을 때와 똑같이 으르렁거리며 광기가 서린 눈으로 그를 잡아먹을듯이 노려보고있었다. 그는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 침을 뱉고 어떻게 해야 저 늑대에게서 빠져나갈 수 있을지 생각에 잠겼다.
현재, 그는 마을 방향을 생각하지않고 뛰어왔기때문에 이 곳이 마을과 얼마나 떨어져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리고 뉴스에서 개에게 물려죽은 사람이 때때로 나왔기 때문에 대형견보다 조금 더 큰, 거기에 야생성까지 가지고있는이 늑대를 자신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은 할 수 조차없었다.
잠시 후, 늑대는 그에게 생각할 시간도 주지않겠다는 듯 큰소리로 짖어대며 그에게 달려왔다. 그는 결국 손에 든 목검을 강하게 쥐고 달려오는 늑대를 향해 내리쳤다. 그 순간, 나무파열음과 함께 나무조각이 되어버리는 목검. 목검의 나머지 조각을 들고있던 그는 목검을 버리고 넘어지며 덮쳐오는 늑대의 입을 양 손으로 막았다. 뚝 뚝 떨어지는 침, 그리고 강하게 밀려오는 공포. 그는 발로 늑대를 들어올려 뒤로 넘기고 빠르게 일어나 늑대의 반대방향으로 도망쳤다.
그러나, 그는 늑대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늑대는 정신을 차리고 빠른속도로 그를 따라잡았고, 또 다시 아까와 같은 상황에 놓이게되었다.
양손으로 늑대의 입을 막고있는 그의 손에 늑대의 강한 힘이 느껴졌다. 거대한 돌덩이로 찍어누르는 것 같은 느낌. 그의 팔이 점점 아파왔다. 팔에 힘이 빠지며 점점 다가오는 늑대의 입. 그의 눈 앞에 보이는 늑대의 노랗게 변색된 이빨. 이빨에서 뚝 뚝 떨어지는 침이 그의 얼굴에 떨어졌다.
포기하고 싶었다. 팔은 급격하게 아파왔고, 그 아픈 팔만큼 포기하고싶은 마음이 마음속에서 늘어만갔다. 차라리 토끼를 무시하고 돌아갔다면 이런일을 겪지않았을거라고 후회도 해봤지만, 이미 지난일이었다.
얼마 후, 그가 가진 팔힘이 결국 모두 사라져 늑대의 입을 놓아버렸다. 그리고 그 반동으로 빠른속도로 내려오는 늑대의 입. 늑대는 그의 오른쪽 어깨를 물었다. 그 순간, 급격하게 찾아오는 고통. 그 고통을 느낀 순간, 그는 생각했다.
'이렇게 죽는건가?'
죽음. 원래 세상에서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단어. 죽음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은 생각조차 해본적이 없었다.
그는 천천히 팔을 내리고 늑대를 내버려두었다. 강한 고통이 그의 뇌를 찢어발기고있었지만, 그는 표정을 찡그리기만 할 뿐이었다. 살아야겠다는 생각보다 차라리 이게 잘됐다는 생각을 했다. 만약, 이게 꿈이라면, 이게 지독한 악몽이라면, 여기서 죽었을 때 깨어나지않을까. 처음 오우거가 눈 앞에 있었을 때처럼 죽어보려고 했다. 고통이 느껴지는 것이 정말 현실같아서 약간 불안하기는 했지만, 차라리 이 고통을 참고 죽어보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늑대가 그의 어깨를 찢어먹으려 할 때, 갑자기 늑대가 어깨를 놓으며 쓰러졌다. 그의 옆에 축 늘어진 늑대. 그느 피가 흐르는 어깨를 붙잡고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늑대를 보았다. 늑대의 머리에는 화살이 하나 꽂혀있었다.
"괜찮으세요?!"
다시 들려오는 여성의 목소리. 오우거 때와 똑같은 아름다운 목소리가 그의 등 뒤에서 들려왔다. 다급하게 다가오는 한 여성. 그 여성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레베카."
그는 작은 소리로 여성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는 다급한 얼굴로 뒤에 있던 누군가에게 손짓하더니, 다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왜 혼자 나가신거에요?!"
그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바람도 쐴겸 숲 밖으로 나왔는데, 이렇게 될 줄은 몰랐네."
그의 말에 레베카는 한숨을 쉬고 그에게 말했다.
"다음부터는 절대로 혼자 나가시면 안되요. 만약 혼자 나가게된다면 꼭 저에게만이라도 이야기하고 나가세요."
그녀는 뒤에 있던 남자 한 명이 가져온 붕대를 그가 다친 어깨에 감으며 말했다. 현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현식은 엘프남자의 부축을 받으며 마을로 돌아와 집의 침대에 누웠다. 얼마 후, 레베카가 늙은 노인 한 명과 함께 방 안으로 들어왔다. 덥수룩한 흰 머리에 짧은 수염을 가진 할아버지. 팔을 뺄 수 있는 흰색의 한벌옷을 입고있어 의사가 생각나는 사람이었다.
"엔키선생님, 진찰해주세요."
그의 생각이 맞는듯, 진찰을 부탁받은 엔키는 천천히 현식의 붕대를 풀기 시작했다. 그러자, 꽉 묶여 흐름이 막힌 피가 풀리기를 기다렸다는 듯 흘러내렸다.
엔키는 그의 상처를 살펴보더니, 이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어깨쪽의 신경이 끊어졌어."
"신경이 끊어졌다는 말은...."
레베카가 묻자, 엔카는 안좋은 얼굴로 말했다.
"아마 팔을 움직일 수가 없을꺼네."
그의 말에, 현식은 당황하며 물었다.
"정말입니까?"
그러자, 고개를 끄덕이는 엔카. 늑대와의 전투로 팔을 한 쪽 잃어버린 그는 강한 충격을 받았다. 차라리 토끼를 봤을 때 잡지말껄이라는 후회가 머릿속을 메웠다. 그는 팔을 들어올릴려고 힘을 줘봤지만, 들어가라는 힘은 들어가지않았고, 붉은색 피만이 계속해서 뿜어져나왔다.
엔카는 빠르게 헝겊을 갖다대며 말했다.
"힘을 풀게나."
엔카의 말대로 현식은 힘을 풀었다.
그의 눈에 보이는 붉은색의 체력게이지가 반 이상이 없어져있었다. 어째서인지 마나게이지가 아예 텅 비어있었고 차오를 생각을 하지않았다.
피가 흘러나올 때마다 체력게이지가 떨어졌다. 그러자, 눈 앞이 조금씩 붉어지기시작했다. 마치 게임의 캐릭터가 체력을 거의 다 잃으면 나오는 화면처럼, 그의 눈 앞이 붉어졌다. 그 것이 나오자,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고, 호흡조차 가빠지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발작할 것 같은 그의 얼굴을 보고, 엔카는 레베카에게 말했다.
"빨리 가방 열어서 오른쪽에 있는 약초와 그릇을 꺼내오게나!"
그의 말을 들은 레베카는 다급한 손길로 가방을 열어 약초를 꺼내 건네주었다. 약초를 받아든 엔카는 그릇에 녹색의 약초를 담아 작고 뭉툭한 방망이로 찍어눌렀다. 그러자, 그 약초에서 신기하게도 붉은색 액체가 흘러나왔다.
엔카는 빠르게 그의 상처부위에 그 약초에서 나온 물을 뿌리고 헝겊을 놓은 뒤, 붕대로 감았다. 그러자, 붉게 변했던 환경이 빠르게 원상태로 돌아오며 심장박동도 원상태로 돌아왔다.
"이건....?"
레베카가 약초를 보며 물었다. 그러자, 엔카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건 회복약의 주재료가 되는 약초라네."
레베카는 깜짝 놀라며 약초를 보았다. 회복약의 주재료가 되는 이 약초는 산 속에서도 얼마 나지않고 재배조차 되지않는 귀한 약초였기때문이었다.
"감사합니다."
레베카가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그러자, 엔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약초라는 것은 사람을 살리기위해 존재하는걸세."
고개를 들어올린 레베카는 존경스러운 눈으로 엔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현식을 바라보았다. 어느 새, 현식은 편안한 표정으로 잠이 들어있었다.
그러나, 그는 늑대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늑대는 정신을 차리고 빠른속도로 그를 따라잡았고, 또 다시 아까와 같은 상황에 놓이게되었다.
양손으로 늑대의 입을 막고있는 그의 손에 늑대의 강한 힘이 느껴졌다. 거대한 돌덩이로 찍어누르는 것 같은 느낌. 그의 팔이 점점 아파왔다. 팔에 힘이 빠지며 점점 다가오는 늑대의 입. 그의 눈 앞에 보이는 늑대의 노랗게 변색된 이빨. 이빨에서 뚝 뚝 떨어지는 침이 그의 얼굴에 떨어졌다.
포기하고 싶었다. 팔은 급격하게 아파왔고, 그 아픈 팔만큼 포기하고싶은 마음이 마음속에서 늘어만갔다. 차라리 토끼를 무시하고 돌아갔다면 이런일을 겪지않았을거라고 후회도 해봤지만, 이미 지난일이었다.
얼마 후, 그가 가진 팔힘이 결국 모두 사라져 늑대의 입을 놓아버렸다. 그리고 그 반동으로 빠른속도로 내려오는 늑대의 입. 늑대는 그의 오른쪽 어깨를 물었다. 그 순간, 급격하게 찾아오는 고통. 그 고통을 느낀 순간, 그는 생각했다.
'이렇게 죽는건가?'
죽음. 원래 세상에서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단어. 죽음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은 생각조차 해본적이 없었다.
그는 천천히 팔을 내리고 늑대를 내버려두었다. 강한 고통이 그의 뇌를 찢어발기고있었지만, 그는 표정을 찡그리기만 할 뿐이었다. 살아야겠다는 생각보다 차라리 이게 잘됐다는 생각을 했다. 만약, 이게 꿈이라면, 이게 지독한 악몽이라면, 여기서 죽었을 때 깨어나지않을까. 처음 오우거가 눈 앞에 있었을 때처럼 죽어보려고 했다. 고통이 느껴지는 것이 정말 현실같아서 약간 불안하기는 했지만, 차라리 이 고통을 참고 죽어보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늑대가 그의 어깨를 찢어먹으려 할 때, 갑자기 늑대가 어깨를 놓으며 쓰러졌다. 그의 옆에 축 늘어진 늑대. 그느 피가 흐르는 어깨를 붙잡고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늑대를 보았다. 늑대의 머리에는 화살이 하나 꽂혀있었다.
"괜찮으세요?!"
다시 들려오는 여성의 목소리. 오우거 때와 똑같은 아름다운 목소리가 그의 등 뒤에서 들려왔다. 다급하게 다가오는 한 여성. 그 여성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레베카."
그는 작은 소리로 여성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는 다급한 얼굴로 뒤에 있던 누군가에게 손짓하더니, 다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왜 혼자 나가신거에요?!"
그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바람도 쐴겸 숲 밖으로 나왔는데, 이렇게 될 줄은 몰랐네."
그의 말에 레베카는 한숨을 쉬고 그에게 말했다.
"다음부터는 절대로 혼자 나가시면 안되요. 만약 혼자 나가게된다면 꼭 저에게만이라도 이야기하고 나가세요."
그녀는 뒤에 있던 남자 한 명이 가져온 붕대를 그가 다친 어깨에 감으며 말했다. 현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현식은 엘프남자의 부축을 받으며 마을로 돌아와 집의 침대에 누웠다. 얼마 후, 레베카가 늙은 노인 한 명과 함께 방 안으로 들어왔다. 덥수룩한 흰 머리에 짧은 수염을 가진 할아버지. 팔을 뺄 수 있는 흰색의 한벌옷을 입고있어 의사가 생각나는 사람이었다.
"엔키선생님, 진찰해주세요."
그의 생각이 맞는듯, 진찰을 부탁받은 엔키는 천천히 현식의 붕대를 풀기 시작했다. 그러자, 꽉 묶여 흐름이 막힌 피가 풀리기를 기다렸다는 듯 흘러내렸다.
엔키는 그의 상처를 살펴보더니, 이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어깨쪽의 신경이 끊어졌어."
"신경이 끊어졌다는 말은...."
레베카가 묻자, 엔카는 안좋은 얼굴로 말했다.
"아마 팔을 움직일 수가 없을꺼네."
그의 말에, 현식은 당황하며 물었다.
"정말입니까?"
그러자, 고개를 끄덕이는 엔카. 늑대와의 전투로 팔을 한 쪽 잃어버린 그는 강한 충격을 받았다. 차라리 토끼를 봤을 때 잡지말껄이라는 후회가 머릿속을 메웠다. 그는 팔을 들어올릴려고 힘을 줘봤지만, 들어가라는 힘은 들어가지않았고, 붉은색 피만이 계속해서 뿜어져나왔다.
엔카는 빠르게 헝겊을 갖다대며 말했다.
"힘을 풀게나."
엔카의 말대로 현식은 힘을 풀었다.
그의 눈에 보이는 붉은색의 체력게이지가 반 이상이 없어져있었다. 어째서인지 마나게이지가 아예 텅 비어있었고 차오를 생각을 하지않았다.
피가 흘러나올 때마다 체력게이지가 떨어졌다. 그러자, 눈 앞이 조금씩 붉어지기시작했다. 마치 게임의 캐릭터가 체력을 거의 다 잃으면 나오는 화면처럼, 그의 눈 앞이 붉어졌다. 그 것이 나오자,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고, 호흡조차 가빠지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발작할 것 같은 그의 얼굴을 보고, 엔카는 레베카에게 말했다.
"빨리 가방 열어서 오른쪽에 있는 약초와 그릇을 꺼내오게나!"
그의 말을 들은 레베카는 다급한 손길로 가방을 열어 약초를 꺼내 건네주었다. 약초를 받아든 엔카는 그릇에 녹색의 약초를 담아 작고 뭉툭한 방망이로 찍어눌렀다. 그러자, 그 약초에서 신기하게도 붉은색 액체가 흘러나왔다.
엔카는 빠르게 그의 상처부위에 그 약초에서 나온 물을 뿌리고 헝겊을 놓은 뒤, 붕대로 감았다. 그러자, 붉게 변했던 환경이 빠르게 원상태로 돌아오며 심장박동도 원상태로 돌아왔다.
"이건....?"
레베카가 약초를 보며 물었다. 그러자, 엔카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건 회복약의 주재료가 되는 약초라네."
레베카는 깜짝 놀라며 약초를 보았다. 회복약의 주재료가 되는 이 약초는 산 속에서도 얼마 나지않고 재배조차 되지않는 귀한 약초였기때문이었다.
"감사합니다."
레베카가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그러자, 엔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약초라는 것은 사람을 살리기위해 존재하는걸세."
고개를 들어올린 레베카는 존경스러운 눈으로 엔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현식을 바라보았다. 어느 새, 현식은 편안한 표정으로 잠이 들어있었다.
그 날 밤, 잠에서 깬 레베카는 물을 마시기 위해 식탁으로 향했다. 식탁에 있는 물컵을 집어든 그녀. 그녀는 물을 마시며 뚫려있는 창문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창문 밖에서 보이는 검은머리. 그 검은머리의 주인은 그녀가 잘 아는 사람이었다. 엘프에게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인간에게서만 찾아볼 수 있는 검은머리. 이 곳에 있는 인간이라면 딱 한 명뿐.
레베카는 물잔을 들고 밖으로 나가 그가 앉아있는 집 앞 벤치에 걸어가 옆에 앉았다.
"잠이 안와요?"
달빛을 보던 현식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좀 일찍 잠들었더니 잠이 안오네요."
레베카도 고개를 올려 달빛을 바라보았다. 두 개의 달이 겹치는 쌍월식이 지나가며, 앞에 있던 달의 뒤편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은 또 하나의 달. 그녀는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무 상심하지마세요."
"상심할게 뭐가 있습니까."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오른쪽어깨를 바라보았다.
"금방 익숙해질꺼에요. 그 때까지 제가 도와드릴께요."
"뭘 말이에요?"
이상하다는 듯 그녀를 쳐다보는 현식. 그러자, 그녀는 직접말하기가 그렇다는 듯 손가락으로 오른손을 가리키며 말했다.
"못....움직이시잖아요?"
그녀의 말에, 그는 오른손을 들어올려 몇 번이고 둘러보더니,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오른손을 왜 못움직여요?"
그의 행동을 보고 깜짝 놀란 레베카. 엔카는 엘프 중에서 좋은 실력을 가진 의사 중 한명이었다. 다른 마을에서 살고있던 엔카를 이 마을로 불러들이기 위해 촌장님께서 하셨던 행동을 보면 알 수 있었다. 몇 번이나 직접 찾아가 와달라고 사정사정해서 데려왔기 때문에, 실력 하나는 확실한 그런 엘프였다. 그런 엔카가 못움직인다고 했던 팔을 당연하다는 듯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그의 모습을 보고 그녀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잠시 후,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가 착각했나봐요."
그녀는 다시 한번 물을 홀짝였다. 현식은 이상하다는 얼굴로 레베카를 바라보았지만, 이내 고개를 돌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달을 보며 말했다.
"레베카, 이 근처에 인간의 마을이 있어요?"
"왜요?"
"제가 여기 있어봤자, 아무런 도움도 못줄 것 같아서요."
그는 기지개를 켜고 자리에 앉아 말을 이었다.
"그래서, 사람이 있는 마을에서 배울 것을 배우고 실력을 키운다음, 다시 이 곳으로 돌아올께요."
현식은 레베카를 바라보며 말했다. 레베카는 자신을 바라보는 현식의 눈을 마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이 근처에 마을이라기에는 조금 큰 인간들의 부락이 있어요. 그 근처에는 약한 동물들이나 몬스터들도 있으니까 아마 실력을 키우시기에는 안성맞춤일꺼에요."
"고마워요!"
그는 승락한 레베카의 손을 잡고 감사의 인사를 했다. 그러자, 당황하며 얼굴을 붉히는 레베카. 그 얼굴을 보고, 현식도 얼굴을 붉히며 바로 손을 놓았다.
그러자, 레베카는 작은 소리로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내 미소를 거두고 그에게 말했다.
"하지만, 돌아오시지않으셔도 되요."
"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물컵을 벤치에 놓고 그를 보며 말했다.
"살아있는 생물은 원래 자신의 집단에 있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고 느껴요. 저도 그렇고, 아마 당신도 인간들사이에서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할꺼에요. 그러니까, 돌아오지않으셔도 되요."
"하지만....."
그녀는 현식의 말을 자르고 계속 말을 이었다.
"내일 준비할 것도 있고, 저는 이만 들어가볼께요. 그리고 제가 촌장님께 말은 잘 해놓을테니 걱정하지마세요."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천천히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들어가자, 복잡한 생각이 드는 현식. 그는 레베카가 두고간 물잔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고,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집 안으로 들어갔다.
다음 날, 해가 막 보일 때쯤, 현식은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 잠에서 깨어났다. 그 목소리는 레베카였다.
"현식씨, 일어나세요."
달콤한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난 그는 기지개를 켰다.
"무슨일이에요?"
잠에서 덜 깬 목소리로 그녀에게 묻는 현식. 그러자, 레베카는 보따리 하나와 진검 하나를 그의 침대 위에 올려놓고 말했다.
"아마 지금 떠나시는게 여러모로 편할꺼에요."
해가 막 뜨고있는 중이었기때문에 하늘은 아직 어두웠지만, 레베카는 이미 준비를 다 끝마친 것 같았다.
그는 어제 밤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고 한숨을 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정장 상의를 걸치고 보따리를 손에 들었다. 그리고 진검은 허리띠와 바지 사이에 껴넣고 허리띠를 졸라 고정시킨 뒤, 신발을 신고 레베카에게 말했다.
"예, 가죠."
그는 보따리와 자신의 가방을 양 손에 들고 그녀와 함께 천천히 밖으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