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왔구만."
현식이 내려오자, 로빈이 요리를 하며 그를 맞았다. 카운터에 앉은 현식은 카운터 위에 뒤집어져 놓여있는 컵을 하나 가져와 그 옆에 놓여있던 물병에서 물을 따른 후 들이켰다. 얼음을 넣은 것 같은 차가운 물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면서 그의 몸에서 발산되는 열기를 식혀주었다.
"표정을 보니 잘되가는 것 같네."
로빈이 현식의 미소 띤 얼굴을 보며 말했다. 현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책에 나와있는 마법 거의 다 배웠어요. 이제 조금만 더하면 되요."
"이야, 토미도 그렇게까지 잘 배우지 못했는데, 나중에 대마법사되는거 아니야?"
"에이, 비행기태우지 마세요~"
현식이 뒷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잠시 후, 현식의 앞으로 맛있는 향이 뿜어져나오는 요리가 나왔고, 현식은 그 음식을 먹으며 로빈과 여러가지 대화를 나누었다.
그렇게 몇 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누군가가 여관의 문을 '쾅'소리가 나도록 강하게 열고들어와 여관 내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석양을 받으며 흩날리는 벼이삭과 같은 황금빛 색상에 한줄기 뒤로 땋은 머리, 아주 맑고 깨끗한 눈이 쌓인 것 같이 희고 고운 피부. 아주 아름다운 미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웠지만, 그녀의 눈매는 칼보다 날카롭고 시체를 바라보는 까마귀보다 매서웠다. 은색과 회색으로 빛나는 갑옷을 입은 것으로보아 그녀는 기사인 것 같았다.
그녀는 혼자서 여관으로 들어오지않았다. 그녀와 비슷한 차림을 한 몇 명의 사람들과 함께 들어왔는데, 그들은 그녀보다 지위가 낮은 기사들인 것 같았다.
입구 쪽에 앉아있던 사람들은 그녀가 들어오자 당황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구석으로 이동했고, 여관의 안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현식은 이런 상황을 만들 수 있는 그녀에 대해 조금 흥미가 생겼지만, 그에 따라 자신은 알 수 없는 미지의 힘을 가진 것에 대해 공포감도 생겼다.
여자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카운터로 걸어왔다. 갑옷끼리 부딪히며 철컥거리는 소리가 여관에 울려퍼졌다.
"브레미아 로빈테스."
현식은 로빈을 바라보았다. 로빈의 얼굴에서는 웃음기가 사라져있었고, 언제 웃었었냐는 듯 날카로운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무슨일이야?"
그녀는 카운터 위에 편지 한 장을 올려놓고 말했다.
"휴가는 끝났다. 지금 바로 복귀하라는 영주님의 명령이다."
로빈은 표정을 찡그리고 화를 내며 말했다. 강렬한 항의가 그의 얼굴에 나타났다.
"그게 무슨소리지? 휴가는 아직 3일 정도 남았을텐데."
"긴급 비상소집이다."
그녀는 그가 항의할 것을 알았다는 듯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말했다. 그녀의 말을 들은 로빈은 표정이 굳어지며 식은땀을 흘렸다.
"그게 무슨 소리지?"
그녀는 뒤로 돌아 걸어가며 그의 질문에 대답했다.
"자세한 내용은 그 편지에 담겨있으니 읽어보도록."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기사들과 함께 여관의 밖으로 나갔다. 그러나, 여관의 안은 다시 시끄러워지지않았고, 철컥거리는 그녀의 갑옷소리가 입구에서 거의 사라져 들리지않을 때쯤에서야 하나,둘 말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현식은 그녀가 떠나자 그녀가 오기 전부터 입에 물고있던 음식을 삼키고 슬쩍 로빈을 보았다.
심각한 표정으로 편지의 내용을 바라보는 로빈. 이내 한숨을 쉬고 뒤로 돌아 닦고있던 접시를 마저 닦았다.
"왜 또 이런일이 생기냐."
중얼거리는 로빈의 말을 듣고, 현식은 조심스럽게 그에게 물었다.
"무슨일인가요?"
"아, 신경쓸 것 없어. 아무것도 아니야."
"긴급 비상소집이면..... 심각한 일이겠네요."
"그러게말이야..... 이 황금같은 휴가가 아직 3일이나 남았는데, 다시 돌아가야한다니....."
로빈은 다시 한숨을 크게 쉬고 닦던 그릇을 선반 위에 올려놓았다. 현식은 상황파악을 하고 최대한 소리를 작게 내어 음식들을 다 먹고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계단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자, 뒤에서 로빈이 현식을 불러 말했다.
"앞으로 3일. 3일 이내에 최대한 수련해라. 네 몸 하나는 지킬 수 있을 정도로 말이야."
현식은 그가 한 말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계단을 향해 걸어가 올라갔다.
현식은 방에 올라오기 무섭게 침대에 드러누웠다. 그리고 아까 전에 봤던 여자에 대해 생각했다. 레베카와 거의 비슷하게 생긴 여자. 그러나 순했던 레베카의 눈과는 다르게 강렬함을 뿜어내었던 그녀의 날카로운 눈. 처음에 그녀가 들어왔을 때는 레베카가 갑옷을 입고 들어오는 줄 알았다. 그러나, 레베카는 인간들을 싫어할 뿐더러 저렇게 강렬한 눈빛은 할 수 없을 것 같았기에 그는 그 인물이 레베카와는 다른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와는 별개로 도대체 어떤일이 생겼길래 로빈의 표정이 안좋아지고 자신에게 이런 충고를 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그와 비슷한 계급처럼 보이는 기사가 들어와 알리는 것 뿐만아니라 휴가였던 로빈까지 긴급 비상소집을 하면서 불러들이는 것, 로빈이 자신에게 말한 것을 보아 심각한 일인 것 같기는 한데, 현식입장에서는 아무것도 예상이 불가능했다. 도대체 편지의 내용이 무엇일까. 한동안 편지의 내용에 대해 유추하던 현식은 이내 고개를 저으며 다시 책상에 앉아 책을 펼쳤다. 그리고 책에 나와있는 내용대로 스킬을 배우던 현식은 밤이 늦자 침대로 돌아가 잠을 청했다.
다음날, 현식은 잠에서 깨어나 책을 가지고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나, 로빈이 있어야할 곳에는 로빈이 아닌 다른 사람이 그릇을 닦고있었다. 중년의 남자처럼 보이는 사람. 머리는 꽤나 풍성했고, 아랫수염은 깎았는지 깔끔했고 윗수염만 길게 남겨둔 그는 현식을 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현식도 예의를 갖추어 인사했고 카운터로 걸어가 자리에 앉았다.
"로빈씨는 간건가요?"
그의 질문에 중년의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들은 새벽부터 준비하고 복귀했습니다."
"아....."
현식은 남자가 건네준 물을 꿀꺽 마시고 물었다.
"저.... 아버님께서는 로빈씨 아버지이신가요?"
그의 질문에, 당연한 것을 뭘 물어보냐는 듯한 얼굴을 짓던 그는 무언가 깨달았는지 미소를 지으며 현식에게 말했다.
"아, 제 소개를 안했군요. 저는 이 여관의 주인인 '브레미아 헬베르체'입니다. 그리고 어제까지 보셨던 아이가 제 아들이구요. 그냥 헬베라고 편히 부르시면 됩니다."
헬베가 껄껄 웃었다. 현식은 고개를 끄덕이고 검지로 볼을 긁으며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잠시 후, 현식의 앞에 음식이 나왔다. 음식은 맛있기는 했지만 로빈이 만든 것과 비교하면 그렇게 맛있는 편은 아니였다.
음식을 전부 먹은 현식은 헬베에게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와 어제 배운 마법들을 전부 다시 발동시켜보며 토미의 집을 향해 걸어갔다.
토미의 집에 도착한 그가 문을 열며 안으로 들어가려할 때, 갑자기 누군가가 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갑자기 일어난 일에 깜짝놀라 피하지 못하고 부딪혀버린 현식. 땅에 부딪힌 엉덩이를 매만지며, 그는 고개를 돌려 천천히 자신과 부딪힌 상대로 눈을 돌렸다. 그의 앞에는 커다란 가방을 맨 토미가 자신과 똑같이 바닥에 부딪혀 아픈 엉덩이를 쓰다듬고있었다.
현식이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에 묻은 흙먼지를 털고 토미에게 손을 내밀었다. 토미가 손을 잡자, 현식이 끌어당겨 토미를 일으키려했지만, 등에 맨 가방의 무게때문에 일으킬 수가 없었다. 결국, 손을 놓고 자리에서 일어난 토미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갑자기 나오는 바람에....."
현식은 고개를 저었다. 잠시 후, 토미는 그를 보고 무언가 생각났는지 그에게 빠른 속도로 말했다.
"제가 할 일이 있어서 한동안 나가봐야해서 당분간 옆에서 가르쳐드릴 수가 없을 것 같네요. 제 가게 안에 각종 마법책이랑 제가 어제 말한 선물 테이블에 올려놨으니까 가져가서 연습하세요. 마을에서 동쪽출입고 밖으로 가면 약한 마물들이 많으니까 거기서 경험도 쌓을겸 그 쪽에서 마물처치 좀 해주세요."
"그럼...."
그는 그녀의 말을 듣고 무언가 말하려고 했지만, 그녀는 너무 바쁜지 그의 말을 듣지않고 빠르게 어딘가로 뛰어가며 그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럼 나중에 뵈요!"
현식은 떠나가는 그녀의 모습을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다가,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않자 몸을 돌려 가게의 안으로 들어갔다.
가게의 안은 폭풍이 휩쓸고 간 것 같았다. 각종 책들이 입구부터 시작해서 여러군데 흩어져있었고, 시약들 몇 개는 테이블에서 떨어져 깨져있었다. 도대체 무슨일이길래 이렇게 급하게 나간 것일까.
현식은 책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그녀가 남겨놨다던 선물이 있다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그가 테이블에 도착했을 때, 현식은 그녀에게 마음속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테이블 위에 올려져있던 것. 그 것은 지팡이였다.
지팡이는 끝이 둥근 은으로 되어있었다. 그리고 지팡이의 몸체에는 노란색으로 반짝이는 금빛깔 선들이 감싸올라가며 알 수 없는 글자를 그리고있었고, 그 금빛의 선은 지팡이의 머리에 있는 지팡이의 몸체의 둘레보다 두 배가량 큰 푸른색 보석까지 둘러싸고있었다.
그는 그녀가 준 지팡이를 손에 쥐었다. 그 순간, 머리 위에 있는 보석이 빛나며 그의 손으로 무언가 흘러들어왔다. 그는 자신의 시야 오른쪽 아래에 있는 마나게이지를 보았다. 이 때까지 오면서 마법을 연습해 바닥났던 마나가 원래의 회복속도보다 빠른속도로 차오르고있었다.
그는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러자, 눈 앞에 손에 들고있는 지팡이의 정보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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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마린 실버스틱
완드류/수(水)속성
매직 아이템
레벨 2 이상 착용가능
설명 : 은의 몸체에 바다에서 희박한 확률로 발견되는 거대한 아쿠아마린이 박힌 매직완드. 겉에는 금색 테두리가 둘러져있어 마나 전도율이 높고, 아쿠아마린 자체에 자연 마나수급률 증가 효과가 붙어있어 마나회복향상에 도움을 준다.
효과 :
지력 + 1
마나회복속도 + 3 mp/s
수속성 강화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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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설명창을 끄고 자신의 스테이터스창을 확인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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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장현식
나이 : 25
레벨 : 3
HP : 300/300
MP : 102/102(5 mp/s)
방어력 : 10
칭호 : 없음
무기 : 아쿠아마린 실버스틱 상의 : 흰색 와이셔츠 하의 : 회색 정장 하의
힘 : 12 민첩 : 10
지능 : 21 행운 : 10
솜씨 : 10 의지 : 10
저항류 :
화속성저항 : 1 수속성저항 : 1
뇌속성저항 : 1 빙속성저항 : 1
지속성저항 : 1
강화류 :
수속성강화 : 1
상태 이상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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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확인해볼 수 없었던 레벨과 함께 여러 스텟이 세분화되어있었고, 무엇보다 지능과 최대마나량이 많이 증가해있었다. 그 중, 최대마나량과 지능을 본 현식은 어째서 저렇게 올라간 것인지 이해가 되지않아 스킬을 다시 확인해보았다. 그리고 능력이 확연이 올라가있는 스킬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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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멘탈 마스터리
마법/패시브
설명 : 검도 그렇지만, 마법은 기초가 쌓이지않으면 배우는 것이 절대로 불가능하다. 난폭한 불부터 시작해서 어디로 튈 지 알 수 없는 물, 굳센 대지를 아무런 기초지식없이 어떻게 다루겠는가.
효과 :
마나+ 50(기초가 쌓일수록 증가)
지능 + 3 (기초가 쌓일수록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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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멘탈 마스터리의 효과가 꽤나 올라가있었다. 현식은 기뻐하며 창을 닫았다. 그리고 그녀가 두었다던 마법책들을 하나씩 전부 확인해보았다. 살펴보니 이 때까지 배웠던 책들은 각 속성들의 기초를 종합한 책이었다면, 이번에 그녀가 놓고간 책은 각 속성의 심화과정이 속성별로 한 권씩 이루어져있었다.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변을 살펴보고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인벤토리창을 열어 그 안에 책들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가게 밖으로 나가 그녀가 말한 동쪽 출입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