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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던소설/Class Of Class

Class-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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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회사에 다닐 때는 거의 매일 늦잠을 잤던 그였지만, 5일을 주구장창 잠들어있어서 그런지 그 날은 일찍 일어났다. 일어나자마자 시계를 보니 시침은 7시, 분침은 30분을 가리키고있었다. 동쪽 출입구까지는 꽤나 시간이 오래걸렸지만, 이 정도의 시간이라면 아침식사를 하고 씻고 출발해도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현식은 자리에서 일어나 벗었던 갑옷을 다시 꺼내입었다.

여관의 1층에서, 로빈은 이미 하루 일과를 시작한 듯 그릇을 닦고있었다. 아직까지 깨어난 모험가들은 얼마 없는지 식당인 1층은 꽤나 한산했다.

현식이 내려오자, 로빈이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빨리 일어났네."

현식은 웃으며 카운터의 앞 의자에 앉았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검술을 배우는 날인데, 늦잠을 잘 수는 없죠."

로빈은 웃으며 말했다.

"그래, 가기 전에 밥이나 잔뜩 먹고 가라."

"네."

로빈은 선반을 정리하던 것을 멈추고 냄비가 올려져있는 마나레인지에 불을 켰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않아 향긋한 냄새가 1 층에 퍼졌다.

냄새를 맡고 내려온 것인지, 아직까지 잠에서 덜 깬 사람들이 하나, 둘 계단에서 내려오기 시작했다. 현식은 그들을 보며 로빈에게 물었다.

"직업 중에 모험가라는 직업이 있어요?"

로빈이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현식을 바라보았다.

"그게 무슨소리냐?"

"마법사는 마법을 배우고, 전사는 검술같은 무술을 배우잖아요. 그런데 모험가라는 직업이 있으면 스킬을 뭘 배우나 해서요."

로빈은 그의 말을 듣고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모험가라는 직업이 어디있냐. 모험가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한 군데에 정착하지않고 세상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말하는거야. 만약 모험가라는 직업이 있다고해도 걔들이 배울 기술이 뭐가 있겠냐. 불피우는 기술? 그건 마법사가 파이어볼트나 다른 불마법으로 할 수 있는거고, 지도는 어차피 지도 제작자가 만드는거잖아. 안그래?"

"그렇긴 하죠."

현식은 고개를 끄덕이며 옆에 놓여있던 물잔을 집고 그 옆에 있던 물을 따라 한 모금 마셨다. 차가운 물이 목을 타고 흘러내려갔다.

얼마 후, 현식의 앞에 얇게 썰은 고기 몇 점과 밥, 그리고 샐러드와 스프가 함께 나왔다. 스프는 붉은색을 띠어 매운탕을 연상시켰다.

"자, 먹어보라고. 저번보다 더 맛있어서 놀라 자빠질테니까."

"오, 정말이에요?"

현식은 포크를 집어 얇게 썰은 고기 한 점을 찍어 입 안에 넣었다. 소금의 짠 맛과 강렬한 후추의 맛 그리고 고기 자체의 담백한 맛이 잘 어우러져 정말 맛있었다.

"진짜 맛있네."

현식이 감탄하며 고기를 바라보자, 로빈은 가슴을 활짝 펴고 말했다.

"내가 이번에 새로 개발한 신메뉴라고."

현식은 다음으로 샐러드를 입에 넣었다. 양배추같은 아삭한 식감과 새콤달콤하면서도 뒷맛에 느껴지는 약간 씁쓸한 맛이 입 안을 헹궈주는 것과 동시에 입맛을 돋구었다. 현식은 샐러드조차 맛있게 만드는 이 사람이 정말로 기사인 것인지, 아니면 요리사인 것인지 약간 의심이 갔다.

그 이후, 현식은 스프를 숟가락으로 떠 한 모금 마셨다. 그 순간, 약간 당황스러웠다. 고추장을 풀은 것처럼 붉게 물들어있는 이 스프에서 이런 맛이 나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게 무슨 맛인고하니, 처음에 생각했었던 매운맛은 나지않고 첫맛에는 달콤하면서도 짭짤한 맛이 입 안 전체에 스며들었고 그 후에는 코에 약간의 후추향이 느껴지면서 끝맛에는 달콤한 맛의 힘이 다 빠진 것을 담백한 고기의 맛이 대체하 듯 짠맛과 함께 느껴졌다. 정말로 이 때까지 먹어본 적이 없는 맛있는 스프. 그 스프가 바로 이것이었다.

"와, 어떻게 이렇게 만들어요?"

현식은 숟가락을 내려놓고 그릇째로 한 모금 더 마셨다. 그러자, 뒤에 있던 모험가들이 하나,둘 관심을 가지며 다가왔다. 그리고 현식이 먹는 것을 보고 말했다.

"로빈, 그 녀석만 주지말고 나도 좀 주게!"

"나도!"

"너무한거 아닌가? 내가 단골인데 이런놈한테만 주는건가!"

여기저기서 주문이 쇄도하는 통에 로빈은 카운터를 한 번 강하게 쳤다. 그러자, 여관 안이 조용해졌다.

"미안하지만, 이 것은 시험품이야. 나중에 정식적으로 메뉴에 들어가면 줄테니까 조용히하고 있어!"

서운한 듯 자리로 돌아가는 사람들. 현식은 그 것에도 신경쓰지않고 밥과 함께 고기를 먹거나 국물에 밥을 말아먹는 등 빠른속도로 입 안에 넣었다.


밥을 먹고나니 시간은 8시였다. 로빈에게 부탁해 이빨을 닦을 것을 받고 비누같은 향기나는 고체를 받은 다음, 여관의 뒷마당에 있는 수돗가로 갔다. 꼭지를 비틀어 여니 차디 찬 물이 강하게 나왔다. 현식은 일단 로빈이 알려준 대로 뒷마당에 있는 붉은색 나무열매를 칫솔같은 것에 올려놓고 입에 비볐다. 그러자, 입 안에 단맛이 느껴졌다. 로빈의 말대로라면 이 열매는 이빨을 깨끗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원래세계에서 단맛나는 것들은 전부 이빨을 썩게하는 것 뿐이라 약간 믿기 힘들었다.

3분~5분정도 이빨을 닦고 손에 물을 받아 입 안을 헹구었다. 확인할 겸 거울을 보고싶었다. 또 갔다가 이빨이 붉게 물들어있으면 이게 무슨 추태인가. 그러나, 이 주변에는 거울이 없었다. 조금 생각하던 현식은 무언가를 떠올리고 인벤토리를 열었다. 시간이 멈추는 것때문에 약간 거북했지만, 빠르게 정장 상의를 꺼내 닫았다. 그리고 정장 상의 안에 있던 스마트폰을 꺼냈다. 회사를 다니다보니 스마트폰을 잘 쓰지않게 되어서 까먹고있었던 현식은 오른손 엄지손가락으로 전원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밝은 빛을 내며 켜지는 스마트폰. 그런데 이상하게도 스마트폰은 이세계에 오기 전, 충전했었던 100%그대로였다. 아무래도 인벤토리의 안은 시간이 멈추는 듯 했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던 현식은 스마트폰의 패턴을 풀고 카메라 기능을 킨 다음 입 안을 보았다. 로빈의 말이 정말인 것인지 조금 노랬던 이빨은 흰색으로 빛이 나고있었다. 현식은 스마트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으려다가 배터리가 달면 안된다는 생각에 정장 상의에 다시 넣고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그 후, 현식은 물을 틀어 머리를 수도 밑으로 넣었다. 얼음같이 차가운 물의 냉기가 현식의 뇌를 얼리려는 듯 두개골을 뚫고 흘러들어왔다. 현식은 물을 충분히 뭍혔다고 생각했을 때 곧바로 빼냈다. 점점 따뜻해지는 날씨인데도 갑자기 몸이 으슬으슬 떨리기 시작했다. 그는 로빈이 준 고체를 머리에 비비며 머리를 감았다. 비누에서 나는 향기는 저번에 토미와 함께 마셨던 차에서 나는 향과 비슷했다. 이 고체는 현실과 다르게 거품은 나지않았고 머리에 기름을 바른 것처럼 매끌거리기만했다.

현식은 충분히 뭍히고 머리를 다시 물로 감았다. 뇌가 어는 느낌이 바로 이런것일까. 현식은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여 머리를 헹구고 빠져나왔다. 조금만 더 있었으면 뇌가 얼어 죽을뻔했다는 생각을 하며 로빈이 준 천으로 머리를 닦은 후에 다시 여관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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