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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던소설/Class Of Class

Class-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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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 가까워질 수록 영주의 힘이 넘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한 번 보러갈까 생각해봤지만, 어차피 이 곳을 떠날 생각이었던 자신과는 별 상관이 없었기때문에 고개를 돌리고 여관을 향해 걸어갔다.

이제는 원래세계로 돌아갈 방법을 찾아야했다. 지금 있는 이 세계가 게임이나 만화에서나 보던 마법, 스킬같은 것들이 있어서 가상현실을 즐기는 것처럼 재미는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이 곳은 현실이었다. 꿈이나 가상현실같은 것은 아니었다. 엘프의 마을 근처에서 늑대에게 물렸을 때의 고통은 더이상 느끼고싶지않았다. 물론 이 근처에서 집을 하나 구해 산다면 괜찮겠지만, 여기서 살다보면 원래세계로 돌아가고싶은 마음이 점점 커질 것 같았고, 그 때 찾으면 늦을 것 같았다.

어느 새 여관에 도착한 현식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안에서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며칠만이야?"

로빈이 카운터에서 유리그릇을 닦으며 선반 위에 올려놓고있었다. 현식은 놀라는 한편, 미소를 지으며 카운터로 다가가 의자에 앉으며 물었다.

"휴가 또 받은거에요?"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당연하지. 휴가 짤린만큼에 더해서 며칠 더 받았다."

"그래요? 좋겠네."

시간이 조금 지나자, 현식의 앞에 로빈이 그릇을 하나 내려놓았다. 안에는 노란색으로 색깔이 입혀진 밥에 여러가지 채소를 곁들인 볶음밥이 모락모락 김을 내고있었다.

"이야, 이게 얼마만에 먹어보는 볶음밥이야?"

"뭘 얼마만이야? 겨우 일주일정도밖에 안됐는데."

"이게 얼마나 맛있는데요."

현식은 같이 내어준 숟가락을 들어올려 크게 뜨고 입에 넣었다. 담백하면서도 짭짤한 맛이 밥 한올 한올에서 퍼져나와 입 안을 가득 채웠다. 기름으로 볶은 것 같은데도 느끼함이 하나도 없어서 너무나 맛있었다.

로빈은 현식의 말에 기분이 좋은지 웃으며 볶음밥이 담겨있는 그릇 옆에 물이 담긴 컵 하나를 놓았다.

"그나저나, 너는 발표에 안가?"

볶음밥을 입 안 가득 넣은 현식은 고개를 저으며 웅얼거렸다. 그러자, 로빈은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못알아듣겠으니 다 씹고 삼킨 다음에 말해."

현식은 곧바로 입을 열심히 움직이더니 이내 음식을 삼키고 말했다

"어차피 여기에 얼마 안있다가 떠나야해서요. 저랑은 뭐, 상관없는 일이죠."

"실력도 안되는 놈이 어디를 갈려고 그래?"

현식은 음식을 다시 입에 넣더니 말했다

"할게 좀 있어서요."

로빈은 고개를 끄덕이고 아까부터 계속 닦고있던  그릇을 선반 위에 올려놓았다.

"여기가 그나마 안전한 곳인데, 위험하게 돌아다녀야겠냐?"

"어쩔수가 없어요. 웬만하면 저도 여기 있으면서 좀 더 배우고싶은데 하루 빨리 해야해서요"

"그럼 여관비는? 다시 돌려줘야되냐?"

"아니요, 제가 일방적으로 계약 깬거니까 안돌려주셔도 되요."

로빈은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로빈이 웃으며 현식에게 물었다

"너, 언제 떠날꺼냐?"

현식은 조금 고민하더니 물을 한모금 마시고 말했다.

"정확히는 정해지지는 않았는데, 아마 4-5일 후에 정리 좀 되면 떠날 것 같아요."

"그래? 그럼 충분하네." 

로빈은 한껏 이빨을 보이며 호탕하게 웃었다. 현식이 궁금한 듯 그를 바라보자, 로빈은 그의 어깨를 붙잡고 말했다

."이번에 들어보니까 겨우 마법 하나 쓰고 쓰러졌다면서? 몸이 약하니까 그런거야."

"그런가요...?"

"그래. 저번에 검술 배우고싶다고 했지? 내가 가르쳐주지."

로빈의 말에 현식은 눈을 반짝이고 한껏 기대하는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물었다.

"정말요?"

로빈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물론 내가 가르칠 건 아니고, 내 부하 한 명이 너에게 검술을 가르칠꺼야."

현식은 예전부터 검도에 관심이 있었다. 어렸을 때 봤었던 '검용전설 야이바'나 '바람의 검심'같은 만화에서 나오는 칼싸움을 좋아했었고, 나이를 조금 더 먹은 후에는 칼로 싸우는 '추노'같은 사극을 좋아했었다. 처음에 검술을 가르쳐달라했던 이유도 검술을 좋아했기때문이었다. 물론 그때에는 마법이 있었는지 몰랐지만, 아마 알았어도 검술을 배우고싶다고 했을 것이었다

현식은 한껏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상관없어요!"

"그래? 그럼 내일부터 하자고. 내일 아침 9시에 동쪽 출입구쪽으로 와라. 거기로 가면 이상한 옷입은 애 한 명 있을꺼야."

"누군데요?"

현식이 궁금한 듯 물어보자, 로빈이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가보면 알아. 성격이 조금 이상하니까 너무 심기는 건들지말고."

"예, 알겠어요."

얼마나 이상한 성격이길래 로빈마저 저런말을 하는 것일까 생각하던 현식은 마지막 남은 밥을 긁어 입에 넣은 다음 물을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하고 방으로 올라갔다.

방은 깔끔하게 치워져있는 상태였다. 나가기 전에 조금 어질러놓았던 침대는 처음 왔을 때 처럼 정리정돈 되어있었고, 환기를 시키는 듯 창문을 열어놓아 기분좋게 살랑이는 바람이 방 안에 맴돌고있었다.

그는 창문을 닫고 커튼까지 쳤다. 그리고 어두워진 방 안을 밝히기위해 초에 불을 붙였다. 그는 초를 등지고 숨을 깊게 들이마신 다음 인벤토리창을 열었다. 천천히 고개를 뒤로 돌려 촛불을 바라보니 타오르며 활발하게 춤을 추던 불꽃도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않았다.

그는 곧바로 고개를 다시 돌려 인벤토리창에서 책을 한 권 꺼내 책상에 올려놓은 다음 바로 닫았다. 짧은 시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식은땀이 조금 흘러내렸다.

그는 촛불을 끄고 다시 창문을 열었다. 식은땀때문인지 방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조금 더 시원하게 느껴졌다.

그가 꺼낸 책은 저번에 계속해도 배우지 못했던 '속성 마법 심화 -불'이었다. 조건에 마법사만 배울 수 있다고 되어있었지만, 이 조건은 현재로써 이미 충족되어있었기때문에 그는 자신있게 그 책을 다시 읽었다.

물론 이론 자체는 이해가 가지않았지만, 열심히 정독한 후에 뒷부분에 나오는 마법의 발동방법을 그대로 따라했다.

심호흡을 하며 손바닥 위에 마나를 모은 현식. 마나가 모일수록 공간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나게이지에서 일정량의 마나가 사라지자, 현식은 그 스킬의 불의 모양을 생각했다. 모든 것을 관통할 수 있을 정도로 날카로운 바늘의 모양을 하고있는 불꽃. 그 순간, 마나가 급격하게 타오르면서 천천히 형태를 갖추어나갔다. 조금씩 거대해져가는 불꽃. 그 불꽃은 방 안을 집어삼킬 듯 사방에 튀어오르며 강하게 타올랐다. 그리고 얼마안가 조금씩 모양이 잡히기 시작했다. 뭉툭한 듯 하지만 날카로우면서도 단단해보이는, 그의 몸보다 기다랗고 거대한 불로 이루어진 바늘. 그 것이 완벽하게 보이는 순간, 현식의 눈 앞에 창 하나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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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 니들'를 배우셨습니다.


확인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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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식은 마나를 흩뜨려 파이어스피어의 시전을 취소하고 창문을 닫은 후 촛불을 키고 확인을 눌렀다. 그러자, 스킬창에서 창 하나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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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 니들(Fire Needle)

액티브/화(火)속성

마나소모량 : 180


설명 : 형태가 없는 원소들, 특히 불이나 물같은 원소들은 시전자들의 생각하는 모양으로 바꾸         기 쉽다. 그 중, 많은 마법사들의 연구를 거쳐서 나온 모양이 바로 이 바늘모양이다.             날카로운 바늘은 마나를 터뜨려 상대방에게 날렸을 시에 상대방의 몸 외부 뿐만 아니라         박힌 후에 터뜨려 내상까지 입힐 수 있게 고안된 모양이기 때문에 강력한 공격력을               가지고있다.


효과 : 

5%의 확률로 상대방에게 화상효과를 입힘 (숙련도가 올라갈 때마다 확률 및 데미지 증가)

(화상 : 상대방의 몸에 화상을 입혀 데미지를 준다. 화상이 심해지면 죽는 사람도 있다.)

지능 + 5

화속성 저항 + 2(숙련도가 올라갈 때마다 증가)

화속성 강화 + 1(숙련도가 올라갈 때마다 증가)

숙련도 : 1/100 (다음 숙련도까지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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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가 심하게 많이 들기는 하지만 꽤나 좋은 효과를 가진 스킬이었다. 일단 스킬에 데미지는 써있지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중급 마법인만큼 데미지는 확실히 들어갈 것 같았고, 무엇보다도 화상효과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마음에 들지않는 부분이 몇 군데 있었다. 우선 화상의 효과는 좋지만 확률이 너무나 극악이었다. 100번을 써야 상대에게 5번의 화상이 걸린다면, 현재 682의 마나를 가진 현식에게는 모든 마나를 다 쏟아부어도 안될 확률이 너무나도 높았다. 물론 숙련도가 올라갈 때마다 확률이 올라가기는 하지만, 숙련도를 보면 앞으로 99번을 더 써야 숙련도가 하나가 올라가기 때문에 숙련도를 올리는 데에도 오랜 시간과 매우 방대한 양의 마나가 필요했다.

현식은 한숨을 쉬며 창을 닫았다. 쓸 때마다 숙련도가 올라가는 파이어볼트도 어느 순간부터 몇 번, 열몇 번을 써야 올라가 힘들어 죽겠는데, 파이어볼트보다 마나가 세 배 이상 더 많이 들어가는 파이어니들의 숙련도를 올려아될 생각을 하니 앞이 깜깜했다. 현식은 스킬창을 끄고 다시 한 번 파이어니들을 시전했다. 아까처럼 불꽃이 튀어오르며 손 위에 불로 이루어진 바늘 하나가 만들어져 어두웠던 방 안을 밝게 물들였다. 현식은 다시 시전을 취소하고 밖으로 나가 시험해볼까 하는 생각에 창문을 열었다. 그러나, 날은 어느 새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결국 그는 한숨을 쉬며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배운 파이어니들에 대한 관심을 끄고 내일 있을 검술교관에 대해 생각해봤다. 과연 누구일까. 로빈의 말을 들어보면 성격이 상당히 별로인 사람인 듯 했다. 어떻게 별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가 회사에서 함께 했던 상사처럼 남을 괴롭히는 것을 좋아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물론 자신이 불만을 말할 처지는 아니였지만 그는 난폭한 사람은 별로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였다. 소심한 성격이나 별난 것을 좋아하는 성격은 상관없었다. 자신이 괴롭지는 않으니까. 그런데 난폭한 사람들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그 사람들은 '난폭'하기 때문에 다른사람을 때리거나 욕을 하면서까지 타인에게 고통을 준다. 그 것이 너무나 싫었다. 군대에서도 그런 선임때문에 그 선임이 전역할 때까지 신체적, 정신적인 고통을 많이 받았다. 이런 이유로 제발 그는 교관이 난폭한 사람이 아니길 빌었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 날은 완전히 어두워졌다. 5일 밤낮을 내리잤다는데 왜 아직까지 잠이 오는 지, 그는 이해가 가지를 않았다. 하지만, 생각해봤자 잠이 오는 것은 막을 수 없기 때문에 그는 침대로 들어가 이불을 덮었다. 그에게 잠을 좀 더 빨리 자라는 듯 폭신한 이불에서 꽃향기가 기분좋을만큼 은은하게 풍겨왔다. 천천히 눈이 감기는 현식. 내일 있을 검술 훈련에 기대하면서 조금씩, 서서히 잠으로 빠져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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