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쓰던소설/Class Of Class

용사 -10-

(adsbygoogle = window.adsbygoogle || []).push({});

"충고 하나 해두지. 그 녀석한테서 떨어져라."

눈을 감고 조용히 말하는 남자. 현식은 표정을 찡그리며 말했다.

"왜 그런 충고를 하는거지?"

"네가 처음 들어왔을 때 그 녀석들이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녀석들은 요 1년간 계속해서 집도 없이 계속 굶고다녔다."

현식은 놀라며 화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말했다.

"네가 그걸 어떻게 아는거야?"

남자는 천천히 눈을 뜨고 현식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녀석들이 왜 굶었을 것 같나?"

현식이 아무런 대답없이 남자를 보고있자, 그는 편안한 표정으로 따뜻한 물이 목까지 올라오도록 눕히고 말을 이었다.

"아가씨께서 그 녀석들의 임무를 막은거다."

"그게 무슨뜻이야?"

"말 그대로다. 아가씨는 트레시아를 정말로 싫어하시지. 어릴 적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말이야."

"당신네 아가씨가 왜 트레시아를 싫어하는건데?"

현식의 질문에 입을 열려던 남자는 잠깐 벌렸던 입을 다시 닫더니 일어서며 말했다.

"아무튼, 내 충고 잘 생각해두는 것이 좋을꺼야. 네 녀석도 그 녀석들처럼 살고싶지않으면 말이야."

현식은 주먹을 꽉 쥐었다. 빨리 달려가 얼굴이라도 한 대 때려주고싶었지만 그에게서 풍겨오는 느낌이나 생김새, 말투가 현식의 의지를 조금씩 꺾어버렸다.

물 밖으로 나간 남자는 욕탕의 밖으로 천천히 걸어나갔다. 그 이후, 현식은 생각에 잠겼다. 분명 저 녀석은 아까 엘체라는 여자의 뒤에서 따라왔던 남자였다. 그렇다는 것은 그가 말한 아가씨가 엘체일 것인데, 그 엘체라는 여자가 왜 트레시아를 그렇게 싫어하는 것일까. 트레시아의 성격을 생각하면, 약간 짜증이 많을 뿐이지 남을 괴롭히면서 좋아할 성격은 아니였다. 그렇다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것인데 도대체 왜 그녀가 트레시아를 싫어하는 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동안 생각을 하며 떠오른 한 가지. 아무런 이유 없이 괴롭히는 것. 때때로 학창 시절에는 소위 양아치라고 불리는 아이들이 다른 아이를 아무없이 괴롭힐 때도 있었다. 그렇다는 것은 트레시아가 엘체에게 검술학교를 들어간 이후부터 계속 괴롭힘을 받았다는 것인데, 트레시아의 성격상 괴롭힘을 받을 성격은 아니였다.

곰곰히 생각하던 현식은 잠시 후 들어온 로엔카가 건들임으로 인해서 겨우 생각에서 빠져나왔다. 로엔카는 현식의 옆에 앉아 물었다.

"뭘 그렇게 곰곰히 생각하시는거에요?"

로엔카가 묻자, 현식은 조심스럽게 로엔카에게 물었다.

"로엔카씨, 트레시아씨를 알게 된 지 얼마나 되셨어요?"

로엔카는 관자놀이에 손가락을 대며 생각하더니 이내 물음에 대한 답을 말했다.

"아마 트레시아가 검술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알고있었을꺼에요."

"엄청 오래되셨네요?"

현식이 놀라며 묻자, 로엔카는 헛웃음을 짓고 말했다.

"그런가요?"

잠깐동안의 정적이 흐르고, 현식은 다시 한번 로엔카에게 물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알고지내셨는데도 엘체라는 사람이 왜 트레시아씨를 싫어하는 지 모르시는거에요?"

그 질문을 들은 로엔카가 약간 표정을 찡그리자 현식은 자신이 잘못한 것을 알고 로엔카에게 사과하며 말했다.

"아, 제 말이 조금 기분 나쁘셨다면 사과할께요. 뭐라 하는 것은 아니고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거에요."

현식이 사과하자 한숨을 쉬는 로엔카. 그는 자신의 앞에서 둥둥 떠다니는 자신의 흰색의 긴 머리카락을 탕의 밖으로 넘기고 말했다.

"트레시아는 자기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은 한 번도 말한 적이 없거든요."

"아, 정말요?"

"네, 11살 쯤에 학교에 들어갔었는데, 그 전까지만 해도 활발했던 트레시아가 학교에 간 순간부터 말이 없어지더니 저렇게 되어버렸거든요."

현식은 예상 외의 대답에 놀란 표정을 지으며 로엔카를 바라보았다. 저 증상은 학교에서 괴롭힘을 받는 아이의 주된 증상이었다. 그 때의 트레시아를 몰랐던 현식은 그 때나 지금이나 트레시아가 같은 성격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었다.

이렇게 된다면 이야기는 간단했다. 무슨 일이 일어났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모종의 이유로 트레시아가 엘체나 그 외의 다른 아이들에게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했고, 그로 인해서 성격의 변화가 있었던 것이었다. 성격이야 사춘기 쯤 되면 변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상관은 없지만, 문제는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도 진행되는 괴롭힘이었다. 이 괴롭힘의 싹을 끊지않으면 트레시아는 평생 고통을 받으며 살아야했다.

현식이 가만히 생각을 하고있자, 로엔카가 물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정신을 차린 현식은 손과 고개를 동시에 저으며 말했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럼 저는 먼저 나가볼께요."

"아, 네....."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현식을 바라보는 로엔카. 현식이 문 밖으로 나가려고 할 때 쯤, 로엔카가 큰 소리로 현식에게 말했다.

"현식씨, 이상한 행동은 하지 말아주세요!"

로엔카의 말에 약간 뜨끔한 현식은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나갔다.


방으로 돌아온 현식은 곧바로 침대에 누웠다. 아직까지 따끈했던 탕의 열기가 몸에 남아있어 기분이 너무나 좋았다. 낮에 너무 불편하게 숙면을 취해서 그런 것인지 몇 시간을 잤는데도 침대에 누우니 다시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는 조금씩 조금씩 잠의 세계로 빠지려고 할 때, 무언가 해야할 것을 떠올린 현식은 졸린 눈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문 밖을 향해 걸어갔다.

1층으로 내려간 현식. 그 곳에는 아까 전에 봤었던 엘체라는 소녀가 주변의 자신의 동료들과 함께 이야기를 하며 웃고있었다. 트레시아를 고통받게 해놓고 저런식으로 웃는다는 것이 너무나 아니꼬왔던 현식은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현식이 다가오자, 엘체는 손에 들고있던 나무로 된 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현식을 가는 눈으로 쳐다보며 물었다.

"당신은 누구죠? 저한테 볼일이라도 있으신가요?"

현식은 졸린 눈으로 하품을 하며 옆의 테이블에서 의자를 가져와 앉고 말했다.

"아까 봤었는데 기억이 안나나봐?"

현식의 말을 듣고 곰곰히 생각하던 엘체는 떠올린 듯 알았다는 표정을 짓고 이내 웃으며 말했다.

"아까 트레시아와 함께 밥을 먹던..... 이름이....?"

현식은 깜빡했다는 듯 한 말투로 말했다.

"아, 내 소개를 안했네. 나는 장현식이야."

"장현식..... 웃기는 이름이네요."

"이름가지고 너무 웃지는 말아줘."

현식은 자신의 이름을 듣고 웃던 주변에 있던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엘체는 미소를 지으며 현식에게 말했다.

"네, 그러죠. 그런데 이 야밤에 무슨일로 여기를.....?"

현식은 엘체의 눈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을 꺼냈다.

"한 가지..... 부탁이 있어서 찾아왔어. 아니, 부탁이라고 하기보다는 요구라고 해야하나."

실눈을 뜨고 쳐다보는 엘체. 그녀는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의 입술을 매만지며 말했다.

"그 요구라는 것을 한 번 들어보기나 해보죠."

"트레시아를 그만 괴롭혀줬으면 하는데."

현식의 말이 끝나자 주변은 순간 정적이 흘렀다. 그러나 잠시 후, 엘체와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그를 비웃듯 큰소리로 웃어대기 시작했다.

"제가.... 제가 트레시아를 괴롭혔다구요?"

웃으면서 말을 하는 엘체. 현식은 순간 기분이 나빴지만, 최대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이제 학교도 졸업했고, 이제는 친구도 아니고 남남이잖아. 남남인데도 아직까지 괴롭히는 이유라도 있는거야?"

그녀는 다시 한 번 배를 잡고 크게 웃었다. 주변의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던 사람들까지 전부 그들에게로 시선이 쏠렸다.

한동안 웃기만 하던 엘체는 이내 웃음을 멈추고 현식에게 말했다.

"저는 한 번도 그 녀석을 괴롭힌 적이 없는데. 증거라도 있으신가요?"

그 질문에 현식은 검지손가락으로 볼을 긁으며 말을 흐렸다.

"증거는 없는데....."

"그럼 지금 증거도 없이 심증만으로 저를 괴롭힘의 주동자로 몰아가시는거에요? 이거 이러면은 제 쪽에서 기분이 나빠지는데 말이죠."

그녀는 미소를 짓더니 현식의 턱에 손을 가져다대며 말했다.

"그렇다면 이건 어때요? 물론 제가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당신이 만약 평생 제 발을 핥는다면 제가 그 괴롭히는 사람을 찾아서 없애드리지요. 어떤가요?"

"씨알도 안먹힐 소리를."

현식이 강한 어투로 곧바로 받아치자, 뒤에 있던 남자 한 명이 검을 뽑으며 달려왔다. 그러나, 엘체가 그를 막으며 말했다.

"좋아요. 그렇다면 이렇게 하죠. 당신이 제가 가장 아끼는 남자를 쓰러뜨린다면 다시는 괴롭히지않기로."

현식은 턱을 만지며 곰곰히 생각했다. 그녀가 가장 아끼는 남자. 그 남자는 아무래도 그녀의 뒤에 있는, 아까 현식에게 충고를 해주었던 남자같았다. 그는 아무런 표정도 짓지않고 계속 현식만을 보고있었다. 마음에 들지않는 저 눈과 표정. 현식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좋아, 그렇게 하지. 그 대신 그 약속 꼭 지켜라."

"저는 거짓말하지않아요. 아, 잠깐. 한 가지 룰을 하나 더 추가시켜도될까요?"

현식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 경기는 한 사람이 죽기 전까지 끝나지않는 데스매치 시합으로 하죠."

그 말에 현식이 당황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건 조금....."

"혹시, 이길 자신도 없이 이 승부를 받아들이신건가요?"

솔직히 말해서 현식은 이길 자신은 없었다. 만약 저 뒤에 있는 남자라면, 절대로 이기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았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선다해도 남는 것은 웃음거리일 뿐. 현식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관의 밖.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시합을 보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그들 중에는 현식에게 이기라고 소리치는 사람들도 있었고, 그 상대인 남자에게 이기라고 소리치는 사람들도 있었다. 

현식은 허리에 차고있던 검을 꺼내 손에 쥐고 자세를 잡았다. 그러나, 남자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않고 현식을 바라보고있었다.

잠시 후, 엘체가 남자를 향해 소리쳤다.

"레일라, 당신. 진다면..... 알죠?"

레일라는 엘체를 보고 고개를 조금 숙인다음 고개를 다시 들고 현식을 바라보았다. 횃불에 비치는 검은 빛을 내뿜는 갑옷. 현식은 남자가 입은 갑옷을 보고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천천히 칼을 뽑는 남자. 남자는 칼 또한 검은색으로 칠해져있었다.

잠시 후, 남자의 주변에서 한기가 느껴져왔다. 얼어붙을 것 같은 느낌의 한기가 현식의 전신을 덮쳐왔다. 아니, 한기가 아니라 공포였다. 그의 정신에 침투한 레일라는 그의 몸을 얼어붙게 하려는 듯 알 수 없는 기운을 내뿜으며 공포에 사로잡았다.

발은 잘 떨어지지않았다. 어떻게 해서든 움직이려 노력해봤지만, 공포때문인지 몸은 사시나무떨 듯 계속해서 떨려왔다. 현식은 침을 삼키고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이길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결과는 해봐야 아는 법. 현식은 마음을 다 잡고 그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검에 마나를 모았다. 주변의 공기가 모여들며 현식의 검 주위의 공간이 조금씩 뒤틀리기 시작했다.

"그럼 시작해보자고."

현식이 말을 끝낸 뒤 바람가르기를 시전했다. 투명한 공기압이 레일라를 향해 날아가며 주변에 있던 풀까지 전부 베어버렸다. 그러나, 레일라는 검을 들어올려 그의 바람가르기를 막아버렸다.

잠깐 당황한 현식은 다시 한 번 바람가르기를 시전했다. 그리고 곧바로 레일라를 향해 달려가 검을 휘둘렀다. 둘 중의 하나는 무조건 맞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현식. 그러나, 그의 생각은 그저 희망이었다. 레일라는 바람가르기를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피하고 검을 들어올려 현식의 검을 받아냈다. 쇠와 쇠가 부딪히는 소리가 사방에 울려퍼졌다.

"재미있군."

레일라의 입에 작은 미소가 걸렸다. 레일라는 힘을 줘 현식을 밀어내며 검을 휘둘렀다.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검을 허리를 꺾어 피한 현식. 하지만, 중심을 잡지 못하고 넘어져 바닥에 굴렀지만, 오른쪽으로 빠르게 몸을 굴려 그 자리를 피했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 자세를 잡은 현식. 저 남자의 힘은 당해낼 수가 없었다. 이 때까지 만났던 사람들과는 급이 다른 남자. 현식은 그의 힘이 로빈과 실력이 거의 비슷할 것 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표정을 찡그리자, 레일라의 뒤에 있던 엘체가 큰소리로 현식을 조롱했다.

"겨우 그정도 실력으로 저희에게 온겁니까?"

그러나, 현식은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계속 집중했다. 움직이지않는 레일라. 현식은 공격해오지않는 레일라에게 달려들려고 몸을 움직였다. 그 순간, 레일라가 그의 눈 앞에서 사라졌다. 어디로 간 것인지 둘러보는 현식. 그리고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리는 그 찰나의 순간에, 머리 위에서 레일라의 검이 스쳐보였다. 현식은 곧바로 검을 막았지만, 그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현식의 팔힘으로는 버틸 수 없었다. 현식은 뒤로 뛰어 최대한 그와 거리를 벌렸다. 벌써부터 팔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이 상태로 가다가는 트레시아를 구하기는 커녕 현식이 레일라의 손에 죽을 것 같았다.

'쓰던소설 > Class Of Clas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용사 -12-  (0) 2017.08.27
용사-11-  (0) 2017.08.27
용사-9-  (0) 2017.08.25
용사 -8-  (0) 2017.08.25
용사-7-  (0) 2017.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