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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던소설/Class Of Class

용사-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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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새벽, 그는 잠에서 깨어나 머리를 긁으며 상체를 일으켰다. 잠에서 덜 깨 멍한 상태에서,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벽난로쪽의 창문으로 다가간 현식. 밖은 이제 해가 뜨며 어둠이 물러가기 시작한 듯 아직 파랬다. 현식은 방문의 옆에 있는 탁자 위에 있는 물병을 들고 물잔에 물을 따른 후에 컵을 들고 중앙 쇼파로 걸어갔다. 그리고 쇼파의 앞 테이블에 물컵을 놓은 뒤에 난로 옆 바닥에 있는 철로 된 장작바구니에서 장작을 몇 개와 불쏘시개를 꺼내 난로에 넣고 난로의 위에 있는 성냥통에서 성냥을 하나 꺼내 불을 붙였다. 작은 불씨가 불쏘시개를 태우며 점점 커지자, 현식은 다시 쇼파에 돌아와 앉아 물을 마셨다.

새벽의 푸른 하늘을 보는 것이 정말 오랜만인것처럼 느껴졌다. 회사의 방침상 휴일의 다음날은 무조건 새벽 출근이었기에 항상 보았던 광경이었지만, 이세계에서, 중세시대의 귀족 저택같은 이런 집에서 보니 기분이 매우 색달랐다. 세상이 전부 파랗게 보였고, 오직 난로만이 붉은빛을 뿜어내었다. 장작의 '타탁'하며 타는 소리가 이상하게도 마음의 평온을 주었다. 오늘 있을 이 토너먼트에 대해 긴장을 해야했지만, 아직까지도 현실로 느껴지지않는 듯 긴장은 커녕 흥분조차 되지않았다.

현식이 물을 반정도 마시자, 반대쪽 방에서 트레시아가 눈을 비비며 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그녀의 방 옆에 있는 탁자에서 차를 따라 현식이 앉아있는 쇼파의 반대편 쇼파에 앉았다. 잠깐동안의 정적이 흐른 후, 먼저 침묵을 깬 것은 트레시아였다.

"왜 이렇게 빨리 일어났어? 더 안자도 돼?"

"아, 응. 괜찮아. 피곤한 건 없어."

그리고 또 다시 흐르는 정적. 어제의 일 때문이었을까, 평소보다 더 어색하게 느껴진 현식은 지금 상황에 목이 타는 것인지 남아있던 물을 전부 들이켰다.

방금까지만 해도 파랬던 하늘이 어느새 해가 뜨며 주변을 붉게 물들였다. 해가 뜨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현식의 등 뒤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로엔카의 하품소리가 들려왔다.

"벌써 일어나셨어요?"

로엔카는 물을 반정도 따라 마시고 현식의 옆 쇼파에 앉았다. 현식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진짜 오랫동안 주무시는 거 같네요. 어제 한 4시쯤 주무시지않았어요?"

현식의 질문에 로엔카는 웃으며 말했다.

"제가 원래 조금 잠이 많아서요. 한 번 자면 만족하거나 누가 깨울 때까지 안일어나요."

"저랑 똑같네요. 저도 만족할 때까지 자는 성격이라 회사에 늦을 때가 많았거든요."

"회사요?"

"아, 제가 일하던 곳이요."

"일하던 곳이 있었어요? 산속에 사신다고 하시지않았었나....."

로엔카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궁금한 듯 되물었다. 그러자, 현식은 무언가 깨닫고 빠르게 로엔카에게 말했다.

"산 속에 들어간 지는 얼마 안됐어요."

로엔카가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이자, 현식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안도했다.

"그럼 현식씨는 저희 만나기 전까지 어떤 일을 하면서 사셨어요?"

로엔카가 묻자, 트레시아도 그 것에 대해 궁금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 나도 궁금해. 오빠는 무슨일했었어? 모험가?"

트레시아가 말을 하는 순간, 눈을 크게 뜨고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는 로엔카. 그리고 이내 미소를 지으며 트레시아에게 말했다.

"언제부터 트레시아와 현식씨가 이렇게 친해졌어요? 어제 제가 자기 전까지만 해도 숨막히는 상태였는데 말이죠."

트레시아는 당황하며 로엔카의 질문에 말을 더듬으며 대답했다.

"아...아니 우리는 친해지면 안되나?"

"그건 아니지만....."

실눈을 뜨며 트레시아를 바라보는 로엔카. 잠시 후, 로엔카는 현식의 귀에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나중에 어떻게 된건지 이야기 좀 해주세요."

로엔카의 말에 현식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잠깐동안 생각에 잠기며 말했다.

"저는 한 상점에서 일하는 직원이었어요."

확실히 현식이 다니던 회사는 상점이 맞기는 했다. 물건을 파니 상점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러나, 이 회사에 대해 더 말하게 된다면 이들이 알지 못하는 많은 것들을 설명해야했기에 현식은 그들에게 말했다.

"그냥 그 뿐이에요. 검술이나 마법은 얼마 전에 카닐성에서 배운거구요."

"아, 그래요? 어디에 있는 곳인데요?"

제일 난감한 질문 중 하나가 로엔카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현식은 살짝 당황한 얼굴로 뭐라 대답할 지 고민했다. 그러자, 현식의 얼굴을 읽은 로엔카는 작은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고 침대에 기대며 말했다.

"대답하기 곤란하시면 안해도되요."

현식은 그의 말에 작게 수긍하고 로엔카와 똑같이 쇼파에 기대며 트레시아를 바라보았다. 트레시아는 아직까지 그의 직장이 어디인지 궁금해하는 듯 했다. 그러나, 말하기는 조금 곤란해 현식은 그녀의 표정을 무시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컵을 다시 자리에 놓았다.

그리고 얼마 안가 카나가 반쯤 감긴 눈으로 밖으로 나왔다. 묶어놨던 머리를 풀고자서 그런것인지 길게 내려앉은 갈색의 머리가 부스스했다. 그러더니 나와있는 사람들을 보고 깜짝 놀라 빠르게 방 안으로 들어가더니 머리를 빗질하고 나왔는지 아까와는 다르게 깔끔한 모습이었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아, 잘 잤어요?"

현식이 그녀의 인사에 웃으며 답해주었다. 그러자 아이처럼 활짝 웃는 그녀. 현식은 다시 쇼파로 돌아가 앉았다. 그리고 그들에게 앞으로 있을 토너먼트에 대해서 물었다. 그러나, 그들의 입에서 나온 말은 참으로 태평한 대답이었다.

"가서 상대를 보고 거기서 작전을 짜면 되죠,뭐."

로엔카의 말에 트레시아와 카나도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방식으로 도대체 어떻게 여기까지 살아남은 것일까. 그 것은 그들의 유대감이 작전없이도 서로를 도울 수 있을만큼 강하다는 이야기였다.

현식은 한숨을 쉬며 그들에게 말했다.

"여러분의 유대감이 강하다는 것은 알겠는데, 여기서는 아마 그런게 안통할 것 같아요. 여기에 온 사람들은 적어도 여러분들처럼 유대감이 돈독하거나, 아니면 작전을 아주 잘 세워서 여기까지 살아남으신 분들일텐데 이런 방식으로 가면 아마 예선이 시작하자마자 떨어질꺼에요."

"그렇다면 다른 작전이라도 있나요?"

현식은 고등학생 시절 RPG게임의 공성전이나 공격대에서 지휘를 해본 적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공성전. 그 공성전에서의 지휘는 한번 실수하는 순간 성이 함락된다. 자신의 길드의 성을 빼앗기지않도록 현식은 자신의 계략을 최대한으로 발휘해서 막은 적이 몇번 있었지만, 이런 소수정예로 지휘하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그래도 다수지휘와는 별다를바 없다고 생각한 현식은 그들에게 말했다.

"일단 여러분이 편한 방식대로 하세요. 그러다가 제가 신호를 주면 그 때 바꾸는거에요."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현식의 말을 경청했다.

"먼저 전투사제인 카나씨. 카나씨는 제가 봤을 때 전투에서 싸우는걸 즐기는 사람인 것 같은데, 이번 토너먼트에서는 뒤에서 로엔카씨를 지키면서 힐 좀 넣어주세요."

현식의 말에 이해가 되지않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카나.

"힐이 뭐에요? 상처치료 말씀하시는건가요?"

이세계에서는 힐이라는 말이 존재하지않는 듯 했다. 현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상처치료. 그리고 로엔카씨. 제가 궁금한게 있는데, 로엔카씨는 마법을 어떤것들을 쓸 수 있어요?"

로엔카는 잠깐 생각하더니 천천히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음..... 아마 아이스볼트랑.... 파이어볼트랑.... 아쿠아볼트..... 아, 파이어스피어도 있네요. 파이어스피어랑..... 헤이스트...."

한동안 계속 되어지는 로엔카의 말을 들은 현식은 조금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럼 로엔카씨는 저와 트레시아에게 각종 버프마법들을 걸어주신 후에 강한 마법들로 상대방의 포지션을 깨주세요."

로엔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현식은 마지막으로 트레시아에게 말했다.

"트레시아는 몸이 빠르니까 상대방의 사제나 마법사들을 무력화시켜줘. 그렇게 되면 상대방은 공격도 못하다가 어쩔 수 없이 포기하게 될꺼야."

"알았어."

트레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조용히 있던 카나가 트레시아와 현식을 번갈아보더니 현식에게 달라붙으며 말했다.

"언제부터 말까지 놓는 사이가 됐어요? 네? 저도 말 놔도 되요?"

현식은 깜짝놀라 달라붙는 카나를 떼어내고 어색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카나가 활짝 웃으며 더 강하게 현식에게 달라붙었다.

"고마워, 오빠!"

계속해서 떼어노려고 하던 현식은 결국 포기하고 카나가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얼마간 붙어있던 카나는 붉어진 얼굴로 헤헤거리며 떨어졌다.


꽤나 오랜시간이 지나자, 시녀가 문을 열고 음식이 담긴 접시를 올려놓은 카트를 가지고 들어왔다. 그리고 중앙 테이블에 조심스럽게 내려놓더니, 또 다른 시녀가 들어와 말했다.

"앞으로 30분 후에 토너먼트의 예선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30분이 지나면 다시 방문할테니 그 때까지 모든 준비를 끝마쳐주시기바랍니다."

"아, 예. 알겠습니다."

시녀는 현식의 말에 조금 놀라더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녀가 왜 웃는지 궁금한 현식은 고개를 갸우뚱거렸지만, 테이블 위에 놓인 음식을 보니 그 생각은 사라지고 입 안에 군침이 돌았다. 이 생각은 동료들도 다르지않은지 모두 음식을 바라보고있었다. 현식이 자리에 앉자, 바라보기만 하던 그들의 식사가 시작되었다. 리쿠와 돼지의 식감이 느껴지는 고기에 새콤하면서 달콤한 소스가 어우러진, 현실에서 별 5개 레스토랑이 아니면 먹어볼 수 없을만큼 맛이 좋은 요리부터 시작해서 시금치와 비슷한 식감의 맛은 콩나물같은 야채와 아삭하지만 풀냄새가 심하게 나는 식물이 고소한 기름에 무쳐진 채소무침, 그리고 고소하지만 약간의 소금과 후추를 넣어 짭짤하고 고기를 넣어 담백한 스프에 달콤한 빵까지 나오니 아침식사로는 부족함 자체가 없었다.

정신없이 밥을 먹던 카나가 입에 음식을 가득 물고 현식을 보며 말했다.

"오빠는 정말 이상한 것 같아."

"뜬금없이 그게 무슨소리야?"

현식이 묻자, 카나가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시녀라고 하면 모두 무시하면서 반말하기가 일쑤인데, 오빠는 착한건지 시녀들한테까지 존댓말하잖아."

"그거야 그 분들도 사람인데, 사람이라면 존중받아야지."

원래의 세계에서는 시녀라는 개념은 이미 사라져있다. 그래서 처음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무조건 존댓말하는 것이 예의였기에 한 것일 뿐인데, 여기 있는 사람들에게는 당연히 이상하게 느껴졌을 것이었다.

현식의 말에 트레시아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오빠라고 인정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지."

로엔카는 트레시아의 말을 듣고 다시 한 번 놀라며 현식에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루만에 저렇게 바뀌는건가요? 나중에 저도 트레시아가 뾰로통해졌을 때 써먹게 좀 알려주세요."

현식은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며 볼을 긁었다. 트레시아는 궁금한 표정으로 그 둘을 바라봤지만, 이내 관심은 다시 음식에게로 쏠렸다.

이들은 회사의 동료들과는 완전히 달랐다. 회사에서는 모두 자신이 맡은 일을 기한 내에 끝내야하기 때문에 말할 새도 없이 일만 하고있었다.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때라고는 잠깐동안의 커피를 마시는 시간 뿐이었고, 그 마저도 바쁜 사람들은 자주 마시러오지 않기때문에 친해질 기회조차 있지않았다. 그 것은 현식도 마찬가지였다. 맡은 일을 최대한 빠른 기한 안에 끝내기 위해 눈코 뜰새없이 하다보니 어느새 자신도 그들과 똑같은 사람이 되어있었다. 그런데, 이 세계에 와서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함께 싸우고, 함께 밥을 먹으며 함께 자니 그는 '이 것이 정말 동료라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밥을 전부 먹고 난 후에, 잠깐의 휴식을 취하니 밖에서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여니 그 곳에는 아까 그들에게 예선의 시간을 알려주었던 그 시녀였다. 시녀는 문을 연 현식에게 인사하며 말했다.

"약속했던 30분이 지났습니다. 모두 준비는 끝마치셨나요?"

현식은 뒤로 돌아 동료들을 훑어보았다. 휴식시간동안 모두들 준비는 끝낸 것 같았고, 현식은 다시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시녀는 눈을 감고 말했다.

"그럼 제가 토너먼트의 예선장소까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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