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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던소설/Class Of Class

Class-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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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식이 눈을 뜬 것은 하루가 지난 이후였다. 싸움의 마지막부분이 기억나지않는 것을 보아 파이어볼트를 발사하고 기절한 것 같았다. 현식은 누워있던 침대에서 상체를 일으켜 주변을 둘러보았다. 창문에서 강하게 비쳐들어와 반짝이는, 드라마나 영화,유적에서만 보던 고풍스러운 장식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내가 살던 집의 두 배 가까이 커보이는 방. 그 방의 커다란 침대 위에서 깨어났다.

그는 이불을 걷어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옷은 어느 새 침대의 옆 선반 위에 가지런히 정리되어 올려져있었고, 그의 몸에는 얇은 비단으로 이루어진,목욕가운같은 한벌 의상으로 되어있었다.

그는 선반 위에 있던 옷으로 갈아입고 자신이 입었던 비단옷을 갠 후에 문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문 앞에서 대기하고있던 시녀가 그를 보고 당황하더니 어디론가 황급히 뛰어갔다. 그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젓고 그녀가 달려간 반대방향을 향해 걸어갔다. 

성의 복도는 시녀들이 항상 청소하는 것인지 깨끗했다. 바닥에 깔려있는 붉은빛의 카페트에는 먼지조차 없었고, 그 카펫의 위, 모서리에 놓여있는 작은 탁자의 위에 있는 꽃병에 꽂힌 꽃잎에도 먼지 하나 없었다. 그는 복도의 벽에 붙어있는 거대한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았다.

성의 창문에서 비치는 풍경은 정말로 아름다웠다. 성의 바로 앞, 거대한 정원부터 시작해서 뒤에 있는 도시의 집들과 성벽, 그리고 성벽 너머에 있는 들판과 그 너머의 숲까지 전부 보였다. 마치 서울의 산 꼭대기에 올라와 풍경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잠깐동안의 감상을 한 후, 그는 고개를 돌려 다시 복도를 걸었다.

복도에는 몇몇의 시녀들이 쉴 새 없이 계속해서 청소를 하고있었다. 카펫을 청소하는 중인지 허리를 숙여 일을 하는 모습이 꼭 밀레의 작품 '이삭줍는 여인들'을 연상시켰다. 

그는 자신의 발자국때문에 청소한 곳이 다시 더럽혀질까봐 조심스럽게 걸어 그 사이를 빠져나갔다.

얼마 후, 그의 눈 앞에 거대한 계단이 나왔다. 성이 정말로 높은 곳인지 거의 수직인데도 계단의 수가 많았다. 그는 감탄하며 옆에 있는 난간을 붙잡고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계단의 벽에는 여러 화가들의 작품이 액자에 걸려있었다. TV나 인터넷에서 많이 본 화풍이었다. 그림들은 하나같이 실제와 비슷한, 거의 사진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그림들이었다.

계속 구경하며 내려오니 많았던 계단이 어느 새 끝으로 도달해있었다. 계단의 아래쪽에는 양갈래로 나뉘어져있었는데, 출구가 어딜까 고민하던 그는 오른쪽을 향해 걸어갔다.

싸움은 어떻게 된걸까. 그는 궁금했다. 자신이 이렇게 살아있고, 또 성 안이 이렇게 평화로운 것을 보면 이긴 것 같았지만, 꼭 이겼다고 해서 이렇게 평화롭지는 않을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다쳤고, 또 죽었기때문에 성 안은 시끄러워야 정상인것인데 왜 이렇게 조용한 것일까. 그런 생각도 들기는 했지만, 성이 이렇게 건재하고, 정신을 잃었던 자신이 성에서 깨어난 것으로 보아 진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얼마나 걸었을까, 뒤에서 누군가가 빠른속도로 뛰어오는 발걸음소리가 들렸다. 그가 뒤로 돌아선 순간, 자신의 키의 반정도 되는 작은 무언가가 자신에게 달려들었다. 짐승인 듯했지만, 느낌을 보아하니 짐승은 아니었다. 깜짝 놀라 넘어진 현식의 위에는 부드러운 갈색머리의, 꽤나 앙증맞은 노란색에 흰색의 프릴이 박혀있는 드레스를 입은 소녀 한 명이 올라타있었다.

"괜찮아요?"

그녀는 현식을 꽤나 걱정했는지 울먹거리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있었다. 분명히 본 적은 있는 얼굴이었지만, 그 사람과는 절대로 매치되지않는 모습이었기에, 그는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물었다.

"괜찮긴한데... 누구세요?"

그녀는 울먹이던 것을 멈추고 푸훗하고 웃더니 다시 그를 보며 말했다.

"저에요, 저 모르시겠어요?"

아무래도 그가 생각하는 사람같았다. 안경도 쓰지않고 머릿결에 옷까지 달라서 아닐꺼라고 생각했지만, 역시나 그녀는 토미였다. 원래도 어린 여동생느낌이 나서 조금 귀엽다고 생각했지만, 꾸미니 그녀는 훨씬 귀여운 소녀가 되어있었다. 물론 나이는 20대라 소녀라고 하기에는 뭣하지만, 생김새는 미소녀 그 자체였다.

"그렇게 하고 오니까 못알아볼 뻔 했어요."

"저도 꾸미면 예쁘다구요."

그녀의 아이같은 목소리가 현식의 귀를 때렸다. 현식은 일단 자신이 제일 궁금한 것을 물었다.

"토벌은 어떻게 됐어요?"

현식의 질문에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딱 알맞게 지원군이 와서 이겼어요. 역시 페슬라군은 다르더라구요."

"다행이네요."

현식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다시 그녀에게 물었다.

"그런데 그 옷차림은 어떻게 된거에요?"

"아, 이거요?"

그녀는 드레스입은 몸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말했다.

"영주님께서 오늘 전 국민에게 모험가들에 대한 보상을 발표하신다고 하셔서요. 저까지 이 옷을 입으라하시네요."

"아, 그래요?"

그녀는 자신을 바라보는 현식에게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저 어때요? 괜찮아요?"

현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귀엽네요."

그의 대답에 얼굴이 붉어진 토미는 몸을 배배 꼬며 갑자기 무언가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귀여워서 결혼하고싶다니.... 조금 빠른거 아니에요?"

"또 시작이네."

현식은 헛웃음을 짓고 결혼에 애 낳은 후까지 상상에 빠진 토미에게 인사하며 빠르게 가던길을 계속 걸어갔다. 그러자, 정신을 차린 토미가 현식에게 달려왔다.

토미는 현식에게 다가와 걱정되는 목소리로 말했다.

"진짜 깜짝 놀랐다구요. 근 5일을 계속 자고있었으니까요. 어떻게 된줄 알았다니까요."

그녀의 말에 현식은 깜짝놀라 되물었다.

"제가 5일동안 자고있었어요?"

"네, 그래서 영주님이 의원도 불러보고 회복마법 전문인 사람들도 불렀었어요. 물론 원인은 못밝혀냈지만....."

5일동안 잤으면 이런 환경이 된 것이 이해가 갔다. 이틀만 지나도 다 잊는 세상인데 5일이면 당연하지않겠는가.

잠시 후, 토미는 현식에게 궁금한듯 물었다.

"그런데 그거 어떻게 한거에요?"

"그거라니요"

"그거있잖아요. 마지막에 하신 거대 광역마법."

마지막에 한 것이라면 그가 만든 거대한 파이어볼트를 말하는 듯 했다. 그러고보니 그 때 눈 앞에 무언가 창 하나가 떠올랐었는데, 그는 그 것을 나중에 확인하기로했다.

"그거 파이어볼트에요."

그의 말에 토미가 눈을 크게 뜨고 놀라며 바라보았다.

"파이어볼트요?"

"네."

잠시 후, 그녀는 볼을 잔뜩 부풀리고 뾰로통한 얼굴로 앞을 바라보며 말했다.

"스승한테 거짓말도 하는거에요? 알려주기싫으면 알려주기 싫다고 하시지....."

"아니, 그게 아니라...."

"제가 제자를 잘못 키웠군요..... 저는 제가 아는 모든 것을 전수해주려고 했는데 제자는 스승을 어떻게 해서든 뛰어넘으려고 비밀까지 만들어내니....."

그녀는 눈물을 흘리는 연기를 하며 가슴을 쳐댔다. 현식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게 아니라, 진짜로 그거 파이어볼트를 쓴거에요. 거기에 마나를 계속 주입한거구요."

"그 말, 정말이에요?"

그녀는 눈을 흘기며 현식에게 물었다. 현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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